장르를 넘어 한끗의 차이를 만드는 미각의 결정체, 강민철 셰프

강민철 셰프는 ‘프렌치 퀴진’과 ‘한식’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장르의 레스토랑을 통해, 자신만의 미식 철학을 입체적으로 완성해왔다. 미쉐린 가이드와 라 리스트가 주목한 두 공간은 ‘강민철’이란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내실 있게 보여준다.

‘강민철 레스토랑(Kang Minchul Restaurant)’과 ‘기와강(GiwaKang)’의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강민철 레스토랑’은 변화와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프렌치 다이닝이며, ‘기와강’은 전통을 존중하면서 깊이 있는 음식을 추구하는 한식 파인 다이닝으로 장르와 추구하는 방향성이 각기 다르다. 그리고 각각의 장소에서 강민철 셰프는 서로 다른 두 장르의 미식 철학을 아우르며 요리에서부터 공간에 이르기까지 순간의 경험을 연구하고 디렉팅한다. 

유려한 곡선이 빚어낸 공간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강민철 레스토랑’의 조형미  

그래서 장르는 다르지만 두 곳의 행보는 어딘가 묘하게 닮아 있다. ‘강민철 레스토랑’은 2021년 오픈 후 2023년에 미쉐린 1스타를 받았고, ‘기와강’은 2024년 12월 오픈 후 1년 만인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6’에 선정되었다. 더불어 라 리스트(La Liste)의 ‘2026 월드 베스트 톱 1000 레스토랑’ 부문에서 각각 ‘올해의 톱 1000 레스토랑’과 ‘최고 신규 오픈 레스토랑’에 등재되며 국내외에서 함께 주목받고 있다. 

강민철 셰프는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미각의 새로움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뜨겁게 주목 받는 셰프, ‘강민철’

2025년은 강민철 셰프에게 있어 각각 다른 공간을 통해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셰프로서의 영향력을 넓힌 한 해였다. 미식 업계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화와 경쟁 속에 한계가 없는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공고히 쌓은 시간이었다.  

‘강민철 레스토랑’에선 공간, 조명, 가구, 식기 등 인테리어의 모든 요소가 요리와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저 혼자 이뤄낸 것은 결코 아니에요. 레스토랑의 각 팀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잘해 준 덕분이었죠. 무엇보다 이젠 셰프의 출신 국가나 베이스보단 레스토랑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예요. 현 상황이 긍정적으로 달라진 만큼, 저희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테크닉을 접목한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데 더욱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3가지 종류의 캐비어를 다양한 맛과 식감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캐비어 리디파인드 디시’.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창의성과 혁신을 엿볼 수 있다.

강민철 셰프에게 ‘프렌치’와 ‘한식’이란 장르의 경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 둘을 알고 유연하게 접목하는 건 새로운 요리를 여는 가능성일 뿐이다.

“배우는 장르의 구분 없이 액션, 멜로 등에 맞는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셰프 역시 배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장르의 요리를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거죠. 기와강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한국에 돌아와 보니, 제가 그동안 한국인 셰프로 살아오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걸 깨달았었죠. 한식을 통해 저의 다른 모습을 또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한식에선 잘 담근 즉 제대로 된 ‘장’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대한민국 장 명장인 ‘기순도 명인’을 찾아 장에 대해 전수 받게 되었습니다.” 

자신만의 요리 철학과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는 강민철 셰프가 세계적인 레스토랑을 경험하면서 내면화한 것들이다.  

이렇게 유연한 사고가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스승이었던 조엘 호뷔숑(Joel Robuchon)과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피에흐 가니에흐(Pierre Gagnaire)를 만나 쌓아 올린 내공이 ‘강민철화’ 되면서 빛을 발한 덕분이었다.

“대단한 레시피와 테크닉 등 기술적인 부분 역시 많이 배웠지만, 이보다는 태도에 대해 더 많이 배웠어요. 요리, 그리고 함께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요.”

(좌) 캐비어를 담는 식기의 색감과 디테일까지 고려한 기획과 연출이 돋보인다. (우) 참치, 파마산 치즈, 하몽, 레몬 콩피 등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익숙한 재료를 꼬깔 구조 안에 넣어 표현했다.  

음식부터 공간까지, ‘강민철’ 브랜딩이 완성되는 순간 : 강민철 레스토랑 

강민철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천장의 유려한 곡선과 오브제를 연상시키는 조명과 장식이 마치 콘서트홀 무대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어느 곳에 앉든 편안하고 평등한 느낌이 들고, 원형 테이블 위엔 정교하고 섬세한 요리와 각각의 요리에 맞춰 택한 디시가 있다. 이처럼 요리부터 식기, 인테리어 등 공간의 모든 요소는 강민철 셰프가 직접 고른 것들로 채워져 있다. 

요리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요리를 만드는 즐거움과 요리를 즐기는 손님들의 즐거움도 함께 아울러 생각하는 강민철 셰프

여타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달리 강민철 레스토랑엔 그만의 독특한 장치 즉 캐릭터가 있다. 바로 고정된 시그니처 메뉴나 세트 코스 없이 매일 다른 디시로 구성된 코스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다이닝 업계에서 시그니처 메뉴는 짧게는 분기별로, 길게는 영구적으로 운영한다.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즐겁게 요리해야 고객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저 스스로 매일 같은 메뉴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지겹고 흥이 나지 않더라고요. 매일 다른 메뉴를 내놓는 데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일상에서 자연스레 느끼는 계절감을 제철 재료로 어떻게 매번 새롭게 표현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해요. 마치 ‘팝핀 캔디’를 먹는 듯한 자극을 저에게도, 타인에게도 주고 싶은 거죠. ‘이런 게 있었어? 이게 가능한 거야?’ 같은 놀라움을 제가 만들어 낸 디시로써 주고 싶었어요.”

스시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벗어나 제철 과일과 감태, 캐비어로 맛의 조화와 해석의 가능성을 확장한 ‘계절 과일을 올린 캐비어 디시’

‘계절 과일을 올린 캐비어 디시’는 딸기, 무화과, 멜론 등 제철 과일에 쉐리 와인 비네거로 조리한 밥과 캐비어, 감태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있다. 디시에서 샤리(밥)가 무게 중심을 잡고 있어 스시가 연상될 수 있지만, 계절 과일과 감칠맛 있는 감태와의 조화를 통해 스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깔끔하게 무너뜨린다. 특히 이 디시는 한국적인 식재료를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해 요리의 범주를 확장한 것으로 강민철 레스토랑을 가장 대표하는 메뉴다. 

‘드라이 에이징 오리 디시’는 훈연한 오리 가슴살에 로티 감자와 당근, 사과 콩피를 곁들여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도, 코스의 중심에서 균형과 깊이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드라이 에이징 오리 디시’는 공기 중에서 저온 건조로 숙성한 오리 가슴살을 저온에서 천천히 익혀 육즙과 결을 살린 후 훈연해 깊은 풍미로 완성한 요리다. 과도한 테크닉과 기법보단 재료 고유의 맛과 조화를 고려해 맛의 레이어를 다양하게 끌어낸 디시라 할 수 있다. 

(좌) 훈연한 오리에서 나는 은은한 향을 감각적으로 음미할 수 있다. (우) 촉촉한 오리 가슴살에 더해진 소스로 부드러움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뿐 아니라 각 디시와 최고의 마리아쥬를 이루는 와인 페어링 역시 강민철 레스토랑에서 유독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에 대한 감도를 더 높이기 위해 소믈리에와 함께 다양하고 이색적인 와인 라인업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강민철 레스토랑’에선 매일 바뀌는 새로운 요리와 어울리는 이색적인 와인을 끊임없이 발굴해내고 있다.

한국적인 식재료와 궁극의 테크닉이 이뤄낸 하모니 : 기와강

‘기와강’은 한국의 전통 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진 요리 구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기순도 장인으로부터 익힌 장과 어머니에게서 배운 한식의 태도가 ‘기와강’ 요리의 기반이 됐다. 

“집에서 어머니와 할머니가 해 주시던 찌개엔 특별한 재료나 테크닉이 들어가진 않거든요. 대신 요리를 먹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내내 들여다보잖아요. 다른 일을 하다가도 보고, 불 조절도 해 보고 숟가락으로 냄비를 젓기도 하고요. 바로 이것이 요리를 먹을 사람에 대한 배려이자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가스 불 옆에 두는 조그마한 종지 위 숟가락 같은 거죠. 다시 말해 음식 속에 고이 담긴 ‘사랑’과 ‘정성’이 기와강 요리의 시크릿 레시피라면 레시피인 셈이죠.”

강민철 셰프는 요리를 먹을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 즉 관심과 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기와강에서 강민철 셰프는 한식과 양식의 테크닉을 트위스트하는 데 몰두하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재료 본연의 맛과 깊이를 최대한 살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직접 담근 장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레이어를 요리에 고스란히 옮겨 담는 데 정교한 섬세함을 발휘한다.

“불고기를 만든다고 하면, 제가 프렌치를 하니까 프렌치와 한식의 테크닉적인 면에 집중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저는 최고의 산지에서 찾은 제철 재료를 활용해 본연의 맛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고급 한식당에서 파는 불고기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저는 바로 이 지점이 기와강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봐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깊이를 만들어내는 거죠.”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섬세하고 디테일한 터치로 최상의 맛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실제로 기와강에선 전통 장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장을 창조해낸다. 이렇게 강민철 셰프만의 색다른 시도에서 비롯된 디테일한 차이가 맛의 깊이를 풍성하게 만들어내는 요소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고추장은 한식에 꼭 필요한 재료 중 하나인데, 기와강의 ‘대추 고추장’은 낯설잖아요. 겉으로 봤을 땐 큰 차이가 없지만 한 번 먹어 보면 다양한 면을 경험할 수 있어요. ‘기와강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 대추 고추장을 한 숟가락 떠서 드리고 싶어요. ‘간장 게장 트러플 밥’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메뉴 중 하나예요. 식재료의 조합 자체도 신선하지만, 전통 한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상의 맛을 내려고 한 거죠.”

도전과 혁신이 일군 ‘강민철’이란 브랜드

우리는 보통 낯설고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크고 작은 자극을 받기도 하고 생각치도 못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강민철 셰프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순간과 계절적 감각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어느 곳, 어느 자리에 앉든 편안하고 평등한 느낌이 드는 프라이빗한 ‘강민철 레스토랑’의 공간

국내외를 오가는 바쁜 일정 가운데, 그에게 ‘여행’이란 단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여유’를 뜻해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는 요원할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컬래버레이션 다이닝이나 시상식 등으로 해외를 방문할 때면, 여행지에서 찾을 법한 새로운 무언가를 하나둘씩 찾아내곤 한다.

그중 하나는 이국적인 식재료와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야시장에 들르는 일이다. 최근에 다녀온 태국에서의 경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열기 넘치는 인파와 뜨겁고 차가운 음식, 각종 향신료, 컬러풀한 공기 등에서 감각적인 파노라마를 느꼈다고 했다. 

캐비어의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연출되는 디시 

처음 마주한 사람들과 국적이나 인종, 장르에 상관없이 요리 하나만으로 교감을 이끄는 여러 종류의 협업에도 온 마음이 열려 있다. “협업 제안을 꽤 많이 받는 편인데, 일정 때문에 모두 소화하긴 힘들거든요. 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협업은 언제든지 하려고 해요. 서로의 요리와 주방, 사람이 함께 만나는 자리고, 또 다른 가능성과 관계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계절 과일을 올린 캐비어 디시’는 쉐리 와인 비네거로 조미한 초밥 위에 딸기와 캐비어, 감태를 더한 다음 소스를 올려 낸다. 

그래서인지 대만 ‘실크스 하우스(Silks House, 대만 타이페이 리젠트 호텔에 자리한 광둥식 요리 전문 레스토랑)’와의 협업이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행사가 끝난 직후 직접 실크스 하우스에 가서 여러 요리를 먹어 봤는데, 유리벽과 서예 작품이 돋보이는 세련된 공간 인테리어나 디시, 맛 모두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개인적으로도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추천하는 곳이에요. 최근까지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고요.”

바닐라 무스를 중심으로 가나슈와 시트를 조합한 디저트, 바닐라가 가진 향과 질감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왼쪽에 놓인 ‘쁘띠푸르’는 커피 슈와 키위 타르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프렌치와 한식에서 비롯된 강민철 레스토랑과 기와강. 같으면서 다른 두 공간은 강민철 셰프의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집약체다. “제 안의 도전 정신과 창의성이 없었다면 요리를 계속 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러한 강민철 셰프의 철학은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레스토랑은 결국 고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봐요. 어디를 가나 비슷한 맛과 재료를 사용한다면 레스토랑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거겠죠. 끊임없이 생각하고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게 제 목표예요.”

강민철 셰프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품격 있게 고객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맛과 미감을 창조해낸다.   

도전과 혁신은 장르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다. 결국 요리에 대한 폭넓은 경험으로 확장된다. “저는 레스토랑에 가는 게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치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갈 때처럼, 오감으로 만끽하는 종합 예술을 즐기러 갈 때처럼, 진정한 설렘을 품고 또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맛은 물론 기본일 거고요.”

그는 강민철 레스토랑과 기와강에 이어 기와 바(Giwa Bar)를 오픈했다. 기와강에 들르는 많은 사람들이 식전주나 식후 와인을 즐기길 원해서였다. 이렇게 장르를 넘나들며 그리고 새로운 공간을 오픈해 전개되는 그의 미식을 향한 도전과 혁신은 강민철 셰프만의 스타일로 계속해서 업데이트될 것이다.  

예술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갈 때처럼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과 공간의 경험을 선사해 주는 ‘강민철 레스토랑’

단락

Writer 정은주(Eunju Jung)
Editor 전채련(Chaeryeon June)
Photographer 오충근(Choong-keun Oh)_ studio. choongk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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