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절정에 담긴 진심의 미학, 이준 셰프의 ‘스와니예(SOIGNÉ)’

이준 셰프의 스와니예는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완성도와 존중의 태도를 전면에 드러내며, 전통과 서양 테크닉을 연결한 디시로 국내 파인 다이닝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도우룸·루드베키아 등 캐주얼 브랜드 확장을 통해 양질의 미식을 F&B 업계 전반에 전하며, 업계 인프라와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그려 가고 있다.

‘스와니예(SOIGN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픈 키친이 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한남대교로 향하는 고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앞으로는 고객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가 그리 낯선 건 아니지만, 이 정도의 규모와 개방감을 가진 키친 인테리어를 통해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스와니예에 들어서자마자 전면에 보이는 ‘오픈 키친’은 요리에 대한 존중을 불러일으키고, 셰프로서의 자부심을 전하려는 대표적인 장치다. 

분주하지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셰프들의 중심엔 이준 오너 셰프(이하, 이준 셰프)가 있다. 미쉐린 2스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스와니예’, 이탤리언 생면 파스타를 만날 수 있는 캐주얼 레스토랑 ‘도우룸(DOUGHROOM)’에 이어 브런치 레스토랑 ‘루드베키아(RUDBECKIA)’까지. 그는 미식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공간을 연이어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또 최근엔 <흑백 요리사 시즌 2> 출연을 통해, ‘미쉐린 2스타 셰프의 등장’으로 다이닝 업계와 대중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남들이 선뜻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그는 ‘좋은 음식’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혀 가고 있다. 

‘좋은 음식’을 향한 이준 셰프의 열정은 늘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이어진다. 

2026년, 다시 최고의 길 위에서 

지난 2025년은 이준 셰프 개인에게도, 회사 차원에서도 전환점이 되는 시기였다. ‘스와니예’가 미쉐린 2스타의 무게를 유지하는 한편, <서울 미식 주간(Taste of Seoul)> Top 100, 라리스트(La Liste)의 <2026 월드 베스트 1000 레스토랑(The World’s Best Top 1000 Restaurants)> 등에도 선정되며 많은 찬사를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연일 화제를 이끌고 있는 <흑백 요리사 시즌 2> 출연 역시 2025년을 장식한 의미 있는 발자취였다. 특히 백수저 셰프 리스트 선공개 당시 모두들 이준 셰프의 등장에 놀랐으며, 무엇보다 흑수저 ‘삐딱한 천재(스와니예 출신 ‘오리지널 넘버스’ 이찬양 헤드 셰프)’와의 1:1 데스매치 후 “계속 삐딱하게 가되 결승까지는 직선으로 제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스승다운 멘트로 셰프의 품격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준 셰프는 ‘스와니예’를 비롯 ‘도우룸’과 ‘루드베키아’를 통해 자신만의 미식 철학을 다양하게 넓혀 가고 있다. 

“매년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올해는 유독 바빴어요. 회사 차원의 성장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했죠. <흑백 요리사 시즌 2> 촬영도 그중 하나였죠. 새로운 매장을 준비하다 보니 사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개인적인 도전 외에 회사 차원에서도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싶어 참가했어요. 아쉽게도 초반에 탈락해버려 큰 변화라고 할 건 없었지만, 제가 추구하는 업계 철학을 셰프의 목소리로서 많은 분들에게 전할 수 있어 저로선 의미 있는 출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준 셰프는 ‘스와니예’를 비롯해, ‘도우룸’과 ‘루드베키아’까지 총 3개 브랜드, 4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공간의 성격과 메뉴 구성은 각각 다르지만, 그의 미식 철학이 얼마나 다채롭게 형상화되고 있는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 셰프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퍼 셰(Per Se)’에서 일할 때 많은 영감을 받았죠. TKRG(Thomas Keller Restaurant Group)엔 퍼 셰(Per Se), 프렌치 런드리(The French Laundry) 등이 속해 있는데, 파인 다이닝부터 굿즈까지 사업 영역이 굉장히 넓은 편이에요. 저 역시 다이닝 시장에서 여러 시도를 해 보고 싶었어요. 파인 다이닝뿐 아니라 캐주얼 레스토랑에서도 음식과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면 외식 시장 전반의 질도 높일 수 있고, 요리사 혹은 요식업에 대한 좋은 사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주방팀이나 서비스팀 직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죠. 회사가 커져야 요리사들에게도, 서비스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으니까요.”

막걸리 크림과 어우러져 촉촉하고 은은한 단맛이 살아 있는 겨울 제철 ‘햇더덕’, 진하고 고소한 풍미를 내는 ‘회덮밥’, 누룽지와의 조화가 일품인 흑마늘 소스로 감칠맛을 더한 ‘육회’까지, 스와니예 대표 아뮤즈 부쉬 3종. 섬세하게 공들인 미각 레이어가 돋보인다. 

“올해 오픈한 ‘도우룸 광화문’은 기존 서래마을 ‘도우룸’의 부티크 같은 느낌은 살리되 공간을 넓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기획이에요. 여기에 장기적으로 지점화할 수 있는 방향성도 염두에 뒀죠. ‘루드베키아’는 ‘도우룸’보다 더 캐주얼한 컨셉의 브런치 매장인데, 두 브랜드 모두 제가 ‘스와니예’에서 만들어 온 디테일과 노하우를 각각의 공간 성격에 맞게 담아내고 싶었죠.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조금 더 맛있게, 어떻게 더 섬세하게 표현해 제안하느냐가 포인트였습니다.”

도우룸(서래마을)에 이어 최근 오픈한 ‘도우룸 광화문’에선 이준 셰프의 치밀한 감각과 전략적인 F&B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이준’   

이준 셰프가 처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학교 때였다. ‘앞으로 계속 할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결국 셰프의 길을 걷게 됐다고 했다. “어릴 적이라 깊게 성찰하고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그 나이에 조립해 만들어 나오는 결과물들은 늘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요리는 정해진 규칙이 없고 무한하게 무언가를 창작해낼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이후 경희대학교 조리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요리 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로 유학길에 올랐다. 한마디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셈이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만들길 좋아했던 이준 셰프에게 요리는 무한한 창작의 가능성을 열어 줬다.

“당시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오히려 단순한 선택이었죠. 조리학과가 있는 대학을 찾다 가장 먼저 보였던 경희대학교에 지원했고, 학교 도서관에서 토마스 켈러 셰프의 <프렌치 런드리 쿡북(The French Laundry Cookbook)>을 운명적으로 만나 ‘미국에 가 볼까’ 생각하다가 CIA에 입학한 것이었거든요. ‘프렌치 런드리 쿡북’엔 세프로서 제가 배우고 싶은 철학과 하고 싶은 것들이 완벽하게 표현돼 있었어요. 사실 대학 땐 중식에 흥미가 있어 중국 요리와 중국어를 조금 심도 있게 배우기도 했었는데, 군 입대 후 제대하면서 중식에 대한 마음은 접어둔 상태였죠. 당시 중식 업계엔 화교가 아니면 배척당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돌고 있었거든요.” 

그는 미국 CIA에 입학 후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자신만의 방법과 속도로 일을 해 나갔다. 토마스 켈러 셰프의 ‘퍼 셰’에서 일하고, 이어 이탤리언 레스토랑 ‘링컨(Lincoln)’의 창립 멤버로도 참여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선 팝업 레스토랑 ‘준 더 파스타’를 오픈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쟤는 왜 공부할 시간에 일하고 있을까’란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해 보고 싶었던 건 다 해보자!’란 생각이 컸어요. ‘미국에 있는 동안 일을 잘해서 인정도 받고, 영어도 잘해서 내 분야에서 능력자가 되자!’란 마음이 컸죠. 내가 좋아하는 걸 잘하고 싶은데 열심히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죠.” 

디너 코스 메인 디시에 곁들이는 반찬으로, 소꼬리에 된장·고추·마늘을 넣어 졸인 후 달콤한 피칸을 더한 ‘소꼬리 쌈장’과 소고기 육수에 부드럽게 쪄낸 후 참기름과 대파를 더한 ‘토란’

남다른 미식 철학으로 감동을 줬던 토마스 켈러 셰프를 직접 만나 그의 레스토랑에서 일했을 땐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토마스 켈러 셰프를 실제로 만난 건 서너 번 정도 밖에 안 될 거에요. 하지만 제가 퍼 셰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죠. <프렌치 런드리 쿡북>에서 보아온 것들이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거든요. ‘아, 이게 진정 럭셔리인가’란 감탄을 멈출 수 없었죠. ‘럭셔리’란 게 단순히 비싼 재료를 써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의 디테일한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거고, 그런 곳엔 가기만 해도 태도와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고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스와니예 중심에 자리한 오픈 키친도 토마스 켈러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 중 하나였다. 다이닝(레스토랑)의 중심에 셰프들을 두고, 이들이 존중 받고 또 일하고 싶어질 최고의 오픈 키친 형태를 고안해낸 것이었다. 

전통에서 찾은 완성도 높고 잘 만들어진 혁신, ‘스와니예’

‘스와니예(SOIGNÉ)’는 프랑스어로 ‘완성도 높은’, ‘잘 만들어진’이란 뜻을 갖고 있다. 또 이건 이준 셰프의 미국 CIA 유학 시절 별명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와니예’에서 요리를 경험한다는 건 코스 구성 및 전개 과정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지닌 한 편의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속에 담긴 이야기와 디테일 하나하나는 모두 음미해 볼 가치가 충분한데, 그럼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역시 요리이며, 이 요리를 가능케 하는 건 결국 식재료라는 걸 명료하게 깨달을 수 있다. 

“어떠한 디시를 만들고자 정할 때 이 속에 어떤 식문화를 담을 수 있을지 항상 염두에 둡니다. 음식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또 재료의 식감과 맛으로 어떤 대비를 끌어낼 수 있을까, 이를 몇 개의 레이어로 깊이 있게 표현할지 등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특히 레시피적인 측면에선 우리나라 산지의 제철 재료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스와니예’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서래 달팽이’. 지극히 한국적 요리인 ‘계란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트러플 커스터드와 대파 오일, 버터에 볶은 달팽이, 볶은 시금치, 그리고 파마산 치즈를 활용해 프렌치 퀴진의 대표 식재료인 달팽이의 식감과 풍미를 정교하게 살려냈다. 

이런 ‘스와니예’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디시가 바로 ‘서래 달팽이’다. 고전적이면서 현대와 연결돼 있는 한국 식문화 중 하나인 ‘계란찜’을 서양식 테크닉과 결합해 익숙하지만 독특한 맛과 향, 그리고 식감으로 만들어냈다. 즉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또 완성도 높은 요리를 보여 주는, ‘스와니예’의 정수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서래 달팽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스와니예’는 전통과 현대 그리고 한국과 서양을 이으며 한식의 다양성과 고급화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또한 2017년 미쉐린 1스타에 이어, 2023년 미쉐린 2스타를 획득하며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파인 다이닝의 시작과 진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그의 시각은 현재 어떠할까. 

‘스와니예’는 모던하면서도 정적인 인테리어를 통해, 손님이 오롯이 요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와 같다고나 할까요? ‘스와니예’를 시작할 때만 해도, 파인 다이닝이 많지 않았거든요. 가장 큰 변화가 사용하는 용어 같아요. 식당을 레스토랑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요리사를 셰프로 부르게 되었잖아요? 삶의 질이 나아지고 미식에 대한 의식과 관심도 그만큼 높아지면서 생긴 일이죠. 이전에도 국내에 파인 다이닝이나 미식 문화의 개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젠 K-POP처럼 하나의 장르로 K-미식을 보여 줄 수 있게 됐고, 그에 맞는 관심도 생기게 됐죠. 제가 영화 <컨택트>를 좋아하는데, 무슨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감정과 감각이 달라질 수 있단 걸 담고 있잖아요. 저는 미식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표현할 수 있는 용어가 다양해질수록 표현도 다양해지고, 다른 나라의 미식 문화도 디테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 파인 다이닝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이준 셰프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는 데에 공감했다. “요리는 모든 것과 연결돼 있어요. 좋은 제철 재료를 얻으려면 농업이 발전해야 하고, 농업이 발전하려면 좋은 농부가 있어야죠. 또 레스토랑이 성장하려면 좋은 셰프들과 훌륭한 서비스팀이 필요해요. 그런데 농업도, 레스토랑도, 일이 워낙 힘들다 보니 일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에요. 업계 자체가 계속 성장하려면 양질의 제철 재료 생산을 위한 농업을 비롯해 주방팀, 서비스팀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장시켜야만 하죠.”

(좌) 제철 생선에 농밀한 우엉 소스를 더하고, 격자무늬로 구운 바삭한 우엉 칩을 올려 식감과 비주얼을 감각적으로 끌어올린 ‘우엉과 겨울 생선’, 생선살·새우·관자살·허브 등을 다져 만든 어묵을 우엉 슬라이스에 넣어 쪄낸 ‘우엉롤’ (우) 고기와 반찬 문화까지 아우르는 것이 K-BBQ의 정석이라고 생각해, 채끝 스테이크와 꼬치 외에도 곁들일 수 있는 세 가지 반찬을 함께 내놓고 있다. 

기본에서 시작해 근본을 바꾸려는 ‘도우룸’과 ‘루드베키아’ 

앞서 언급한 이준 셰프의 ‘도우룸’은 약 10종의 파스타를 직접 생산해, 각 파스타 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스와 부재료를 더해 요리한다. 속도감과 효율성을 제일로 추구하는 한국에서 생면 파스타 제작 문화를 만들어 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생면 파스타를 직접 만드는 등 레시피의 퀄리티를 올리고 있는 수준급 비스트로, ‘도우룸(서래마을)’ 

“링컨에서 일할 때 파스타 메이킹을 담당했어요. 제가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파스타도 공예나 미술과 일종의 연결된 부분이 있잖아요. 저는 만드는 일이 재밌었고, 저만의 디테일과 정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도우룸’ 팝업을 열었을 때 반응이 좋았던 것도 레스토랑 오픈을 결심하게 된 계기였죠. 불필요한 요소는 덜어내고 파인 다이닝에서 사용하는 서비스와 생면이라는 본질 그 자체에 집중하려 했던 것 같아요.”

서래마을의 ‘도우룸’은 ‘도우룸 광화문’ 준비를 위해 잠시 문을 닫았다, 지난 12월 다시 문을 열었다. “우리가 노포를 가는 이유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요리를 먹을 수 있어서잖아요. ‘도우룸’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를 이어 지속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고, 이런 공간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F&B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봐요.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한국에선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음식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추억이 없는 음식만 존재한다면 ‘식문화’의 가치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서래마을에 있었던 ‘도우룸’은 이전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다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광화문에 위치한 이준 셰프의 또 다른 브랜드, 캐주얼 브런치 레스토랑 ‘루드베키아’

‘도우룸’을 통해선 간편식 개발, 배달 시스템 도입 등 여타의 캐주얼 레스토랑에서 쉽게 하지 않는 것들을 시도했다. 그리고 브런치 레스토랑 ‘루드베키아’ 오픈 역시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저는 사람들이 ‘좋은 걸’ 먹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재료를 사용해 ‘집밥’을 먹듯 안심할 수 있고, 퀄리티 있는 요리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확실히 최근엔 사람 손이 덜 가는 단순한 요리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이게 지속된다면 식문화 자체가 다운 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봐요. 손질이 귀찮아 사용하지 않는 재료가 생길 거고,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맛과 향도 사라질 거예요. 저는 파인 다이닝에 꼭 가지 않더라도 밀키트가 됐든 브런치 레스토랑이 됐든, 저의 이런 진심과 ‘스와니예’와 ‘도우룸’에서 쌓아 온 노하우를 좋은 음식을 통해 보여주고 싶습니다.”

(좌) 오감을 자극하는 미식 경험과 더불어 여러 레이어를 쌓아 올린 듯 깊이감이 느껴지는 ‘스와니예’의 공간 (우) 2023년부터 유지하고 있는 미쉐린 2스타부터 라 리스트의 <2026 월드 베스트 1000 레스토랑>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이준 셰프의 행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셰프 이상 사람으로서의 ‘이준’ 

‘스와니예’의 메뉴판은 한 편의 에세이를 연상시킬 만큼 유려한 문장을 자랑한다. 이것은 대학 시절 도서관에 있는 모든 요리책을 섭렵할 정도의 독서광에 메뉴를 구상할 때 고조리서를 참고한다는 이준 셰프의 취미에 큰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원래 책을 정말 많이 좋아하는 편인데, 최근엔 워낙 일로 바빠 책을 볼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사실 일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거의 없죠. 그래도 회사에서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데 제 능력과 정성을 쏟는 건 좀 즐거운 일인 거 같아요.”

이준 셰프는 회사의 성장을 통해, 주방팀과 서비스팀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스와니예’에 있는 휴지 디스펜서와 몰드 등은 모두 이준 셰프가 직접 3D 프린터를 이용해 구조를 짜고 만든 것들이다. 요리를 만들고, 가게를 만들고, 브랜드를 만들다 이제는 레스토랑에 필요한 것들도 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지난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정성이 담긴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한국 미식 문화를 일깨우는 장인 정신이 지금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요리를 만들고, 그것을 즐기는 모든 과정 속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게 누구에게나 전해지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게 어려운 예술 작품처럼 해석의 여지가 많고 복잡한 게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라고 말하는 이준 셰프. 앞으로도 그는 꾸준히 파인 다이닝부터 캐주얼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예정이다. 

단락

Writer 정은주(Eunju Jung)
Editor 전채련(Chaeryeon June)
Photographer 정준택(Joon-taek Jeong)_ Fun & Benefit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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