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를 향하며 커피로 연 매출 100억 일군 언스페셜티 '안스타'의 진정성

눈을 떴을 때부터 감을 때까지 오직 커피 생각뿐이라는 사람. 대한민국 커피 씬을 글로벌 최고로 끌어올리겠다는 확고한 야심으로 달리는 언스페셜티와 언페이지 안치훈 대표의 15년 궤적을 따라가 보았다.

한남동 골목에 자리한 카페 겸 오프라인 쇼룸 '언페이지(Unpage)'.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을 맴도는 커피 향보다 먼저, 실내를 채우는 다정한 온기가 방문객의 발걸음을 감싼다. 바(Bar) 너머 앰버서더(바리스타)들이 건네는 반가운 눈맞춤. 세계 어느 도시의 유명 카페와 견주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커피 한 잔을 내어주면서도, 그들의 입가에는 진심에서 묻어나는 환대의 미소가 서려 있다. 단순히 매뉴얼을 주입받은 직원의 기계적인 표정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의 업을 깊이 사랑하는 자들만이 띨 수 있는 여유와 자부심. 이 공간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이들이 그저 커피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하고 건강한 생태계와 눈부신 비전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감각하게 된다.

이 단단한 공간의 중심에는 안치훈(안스타) 대표가 있다. 연 매출 100억 원대를 내다보는 커피 플랫폼 '언스페셜티(Unspecialty)'의 수장이자, 27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막대한 트래픽과 매출을 움직이는 사업가임에도, 안 대표와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건 화려한 포장보다 일과 사람을 대하는 담백한 진심이었다. 묵직한 그의 내면에는 그저 자신이 가야 할 명료한 목표와 신념, 그리고 이를 묵묵히 현실로 만들어내는 거침없는 실행력만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언페이지와 언스페셜티의 안치훈 대표 바리스타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소년, 대륙에서 비즈니스의 싹을 틔우다

한국 커피 씬에서 수많은 이들의 멘토이자 롤모델로 꼽히는 안치훈 대표의 10대 시절은 커피와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전교 최하위권을 맴돌며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던 소년이었다. 가상 세계 안에서 늘 클랜을 이끄는 리더였던 그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즐겼다.

"초등학교 전교 회장부터 시작해 무언가를 해야 할 때면 늘 리더의 자리에 섰습니다. '언젠가 나만의 사업을 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품고 있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선교 활동을 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중국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바꿔보고 싶어서 정신을 차리고 하루 14시간씩 미친 듯이 공부했죠. 당시 그곳에서 제 손으로 직접 외화를 벌어보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렇게 무역학과에 진학한 그의 실행력은 '벤처 창업 수업'을 기점으로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대륙에서 ‘피자헛’이 엄청난 붐을 일으키는 것을 관찰하며 다음 비즈니스 흐름을 엿보던 중, 우연히 카페 창업을 준비하던 한국인 사업가의 통역을 맡게 된 것. 곁에서 커피 산업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그는 직감했다. '한국에서 터진 카페 붐이 곧 중국에도 거세게 밀려오겠구나.' 그는 거꾸로 한국에 들어와 3개월간 커피를 속성으로 배우고, 덜컥 로스터리 머신을 사들여 중국에 창업의 닻을 올렸다. 사람과 소통하길 즐기고 리더로서 활약하던 소년의 감각이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첫 출발점이었다.

 

농축유를 사용한 언페이지 라테

 

쓰디쓴 130평의 실패, 주인의식으로 깨운 새벽 4시 30분

시작은 순조로웠다. 대학에 차린 첫 카페와 로스터리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첫 번째 승리의 공식은 130평짜리 대형 매장에서 무참히 깨졌다.

"커피를 배우면 배울수록 맛있게 추출하는 기술에 흠뻑 빠졌습니다. '커피만 맛있으면 무조건 통한다'는 확신에 차 있었죠. 그 공식을 그대로 들고 대형 매장을 열었는데 보기 좋게 참패했습니다. 첫 카페는 빠른 와이파이와 과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학생 상권의 니즈'를 충족했기에 성공한 것이었죠. 130평 매장의 고객들은 상권에 걸맞은 안락함과 공간의 분위기를 기대했던 것인데, 저는 그 본질적인 차이를 철저히 놓쳤던 겁니다." 뼈아픈 시행착오와 더불어 가세가 기우는 상황까지 겹치며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000곳이 넘는 거래처를 보유한 로스터리 회사에 입사했다.

 

스스로 책임지는 오너십을 강조하는 언스페셜티와 언페이지의 안치훈 대표

거대한 조직 안에서도 그는 결코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5시에 헬스장에서 땀을 흘린 뒤,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해 홀로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청소를 도맡았다. "일찍 출근하는 동료들이 언제든 쾌적하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팀원이 '팀장님이 이렇게까지 하면 우리는 뭐가 되느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명확했다.

"제 기준은 옆자리의 동료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 같은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을 상상하면 단 한 순간도 나태해질 수 없었죠. 무엇보다 피동적으로 움직이며 스스로 '오너십'을 잃어버리는 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언페이지 시그니처 메뉴 '펀치'

 

1,357번의 증명, 문제 해결의 쾌감에 빠져들다

회사에서 수많은 카페들의 영업과 교육을 담당하며, 그는 현장의 사장님들이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결국 회사를 박차고 나와 수많은 '정보의 부재'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유튜브를 개설했다. 단단한 그의 오너십은 유튜브 콘텐츠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중고 맥북과 아이폰 하나를 달랑 들고 영상을 찍기 시작한 그는 1년 차에 매주 5개, 2년 차에는 무려 365개의 영상을 쏟아내며 지금까지 누적 1,357개의 콘텐츠를 쌓아 올렸다.

"영상을 2개 올리면 고객의 문제가 2가지 해결되고, 7개를 올리면 7가지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었어요. 제 콘텐츠 하나로 누군가의 비즈니스가 실질적으로 나아진다는 사실, 그 명확한 쾌감에 중독돼 단 하루도 쉴 수가 없었죠."

그는 화려한 영상미나 자극적인 기획 대신 철저한 실용성을 고집했다. '스팀 밀크 잘하는 법', '추출 실수 줄이기' 등 누군가에겐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디테일이 카페 사장님들에겐 생존의 무기가 됨을 알았기 때문이다. 44만 명이 열광한 프랜차이즈 커피 블라인드 테스트부터 수천만 원의 사비를 들여 다큐멘터리처럼 빚어낸 2시간 분량의 파나마 게이샤 농장 투어 영상까지. 대중성과 전문성을 오가는 모든 콘텐츠의 기저에는 '커피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라는 확고한 기준이 박혀 있었다.

 

언페이지 민경봉 앰배서더 바리스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다, 상생으로 키워낸 100억의 생태계

유튜브를 넘어 연 매출 100억 원대를 바라보는 플랫폼 '언스페셜티'를 구축한 이유도 궤를 같이한다. 훌륭한 커피를 볶아내고도 마케팅과 브랜딩의 한계에 부딪힌 실력 있는 로스터리들의 판로를 뚫어주기 위함이었다.

"커피를 진심으로 대하고 묵묵히 땀 흘리는데, 장사가 안돼 박탈감을 느끼는 분들을 수없이 봤습니다. 우리가 가진 마케팅 역량으로 그들의 짐을 덜어주자는 생각이었죠. 그래야만 결국 최종 소비자인 고객들에게 더 다채롭고 뛰어난 커피가 닿을 수 있으니까요."

SCA(스페셜티 커피 협회) 86점 이상의 훌륭한 원두를 큐레이션해 선보이는 커머스 '월픽', 그리고 고가의 커피 전문 교육 가격을 30~40만 원대로 낮춰 진입 장벽을 허문 '언스페셜티 에듀'는 모두 이 진정성에서 탄생했다. 자신이 직접 로스팅에 뛰어들기보다 이미 잘하는 파트너들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브랜딩을 돕는 일. 그의 영리한 전략과 날카로운 비전이 지금의 거대한 언스페셜티 유니버스를 완성했다.

 

언페이지의 바리스타 팀, 채상우 앰배서더(좌)와 조연주 앰배서더(우)

 

언페이지, 세계 최고를 향한 집요한 확신과 진정성

그 담대한 비전이 마침내 2026년 5월, 한남동의 카페 겸 오프라인 쇼룸 '언페이지(Unpage)'로 구현되었다. 해외를 돌며 한국 커피 씬의 수준이 이미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음을 확신한 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를 증명할 상징적인 오프라인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6년 만, 중국에서 처음으로 카페를 열었던 때로부터는 12년 만이었다.

‘언페이지’에서는 한 잔의 커피를 위해 미네랄, 수소, 카본 등 5가지 필터를 거친 물을 블렌딩한다. 또한 앰버서더의 동선과 시각적 개방감을 고려해 일반 카페 대비 바(Bar) 간격을 1.5배나 넓혔다. 이처럼 안 대표는 혀끝의 맛을 넘어 오감의 디테일까지 집요하게 컨트롤했다. 하지만 이 모든 완벽함 위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짚어내는 평가 기준은 앰버서더들의 '태도'다.

"저는 한국 산업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제 기준이 낮아진다는 건 곧 우리 산업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고, 그건 일종의 '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희 앰버서더들에게 늘 전문성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호스피탈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강조합니다."

 

언페이지의 강기령 앰배서더

안 대표의 말처럼, 언페이지를 찾을 때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앰버서더들의 자연스러운 웃음과 흔들림 없는 자부심이다. 이들은 언제 방문해도 최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며, 눈앞의 손님에게 한 잔의 커피를 진심을 다해 설명하려 한다. 이는 결코 누군가의 지시나 매뉴얼만으로 억지스럽게 흉내 낼 수 있는 온도가 아니다. 일련의 과정들을 온전히 즐기고 있다는 맑은 확신, 그리고 스스로의 업에 대한 단단한 전문성이 기반이 되어야만 가능한 태도다.

실제로 언페이지의 공간을 채우는 온기는 앰버서더들의 그 당당하고 따스한 미소에서 비롯된다. 안 대표의 철학이 구성원들에게 완벽히 체화되어, 그 자체로 끈끈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탄탄한 실력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짜 '자신감'을 두른 이들은, 유연한 태도로 손님에게 그 깊이를 전달한다. 언페이지의 커피 한 잔에 담긴 황홀한 향기는 결국 이 치열한 진정성이 바탕에 깔려 있는 셈이다.

 

따뜻한 환대가 느껴지는 언페이지

 

타협 없는 증명, 넥스트 스텝은 오직 글로벌

이토록 쉼 없이 뜨겁게 도전을 이어가는 안 대표의 '다음 챕터'는 철저히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저는 도쿄나 멜버른, 코펜하겐의 트렌드보다 현재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씬이 글로벌 탑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민족 특유의 성실함과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폭발적인 수용력 덕분이죠. 선조들이 일궈놓은 인프라의 혜택을 물려받은 만큼, 이제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 후배들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을 개척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와 언페이지 팀은 지난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팝업을 열었고, 현지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단 4일의 팝업에 투자한 비용만 1억 5천만 원에 달했다. 한국 커피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릴 플레이어가 없다면, 스스로 그 역할을 돌파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이자 투자였다.

 

언페이지의 바리스타 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커피 회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그가 그리는 거침없는 청사진이다. "언스페셜티와 언페이지라는 이름 아래, 한국의 훌륭한 커피와 로스터리들이 글로벌 시장에 소개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가슴이 뜁니다. 이 산업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할 때까지, 끝없이 도전할 겁니다."

스스로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산업의 파이를 키우며 세계 무대로 돌진하는 사람. 안치훈 대표와의 만남은 한국 스페셜티 커피가 맞이할 가장 다이내믹하고 단단한 비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최고의 커피로 세계를 연결하겠다는 그의 명료하고 선명한 목표가 존재하는 한, 안스타가 써 내려갈 다음 페이지(Next Page)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처럼 보였다.

단락

Writer 김성현(James Kim)
Editor 이정윤(Julia Lee)
Photographer 김성현, 언페이지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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