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프렌치의 계보를 잇는 K-다이닝의 저력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 정회완 셰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통양배추 파르시(Chou Farci) 챔피언십’ 특별상 수상

국내 첫 개최, 프렌치 떼루아를 재현한 대한민국 대표 셰프들

16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리모주 지역 도자기 브랜드 ‘베르나르도(Bernardaud)’는 2025년 11월 24일, 한국의 집 취선관에서 ‘세계 통양배추 파르시 챔피언십(World Chou Farci Championship)’ 국내 예선을 개최했다. 이 대회는 그간 해외에서만 마련된 국제 행사였으나, 2025년부터는 프랑스 현지에서 K-다이닝 씬의 성장세와 글로벌 영향력을 지닌 국내 미식의 가치를 눈여겨보고 프랑스와 한국, 양국 간 미식의 교류를 드높이고자 국내에도 심사위원회를 마련, 예선을 진행한 것이었다.

‘세계 통양배추 파르시 챔피언십(World Chou Farci Championship)’은 2024년 프랑스 리모주(Limoges)에서 처음 시작됐다. 리모주는 프랑스 내에서도 최상품의 도자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대회를 주최한 베르나르도 역시 리모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행사를 주관 및 주최하는 기관은 프랑스 샤퀴티에 협회(Les Artcutiers)와 베르나르도로, 두 곳이 함께 ‘슈 파르시 협회(Association du Championnat du Monde du Chou Farci)’를 설립, 프랑스 미식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다. 

‘통양배추 파르시’는 반드시 육류를 포함해 채소 등 여러 재료를 더해 만든 소로 양배추 속을 채운 뒤 다시 양배추 잎으로 감싸 익힌 다음 소스와 함께 내는 프랑스 전통 요리다. 속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베리에이션이 다양해, 일반 가정 집에서는 물론 고급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즐길 수 있다. 

이 대회는 프랑스 전통 요리인 ‘통양배추 파르시(Chou Farci)’의 레시피를 새롭게 개발해 경연하는 과정을 통해, 요리사와 샤퀴티에의 장인 정신과 기술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 또한 프랑스 내에서도 서민적인 가정식(전통 농가 가정식)으로 손꼽히는 ‘통양배추 파르시(Chou Farci)’를 실력 있는 각 국가 대표 셰프의 레시피로 개발해, 이미 오랜 명성을 구축한 프렌치 파인 다이닝 스타일의 고급 미식만이 아니라 쉽게 접근 가능한 대중적 음식도 글로벌 미식계에 전해 프렌치 퀴진의 장르를 확장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통양배추 파르시(Chou Farci)’는 양배추를 기본으로 다진 육류, 허브 등의 식재료 조합을 통해 소를 만들어 천천히 오래 익히는 조리법을 기본으로 삼는다. 프랑스에선 여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요리로, 그만큼 정형화되지 않은 레시피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참가자들의 요리는 플레이팅, 레시피의 창의성, 소스의 풍미, 양배추의 조리 상태,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 그리고 완성된 요리의 무게 요건 충족 여부 등으로 평가 받게 된다. 

최근 열린 ‘2026 통양배추 파르시 챔피언십’ 본선(결선)을 위해, 2025년 7개 국가별로 각각 예선이 진행됐다. 국내에선 총 5팀이 참가해 치열하게 경합했다.

베르나르도 공식 수입원인 에이디브이 코리아 강준구 대표는 “대한민국 미식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지금, 국내 셰프들이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이번 대회를 주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대회는 현재 2년차로 프랑스 및 유럽, 일본, 미국, 동남아시아, 중국, 한국까지 총 7개 지역 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대회 예선엔 사전 심사를 거쳐 총 5인의 셰프가 참가했다.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Paradise Culinary Lab)’의 정회완 셰프를 비롯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 숙명 아카데미’의 최해원 셰프, ‘다이닝 오은’의 이선영 셰프, <흑백 요리사> 시즌 1 우승자 권성준 셰프가 운영하는 ‘비아톨레도 파스타 바(Via Toledo Pasta Bar)’의 권기웅 셰프, ‘레스토랑 오와이(Restaurant OY)’의 윤아영 셰프가 출전, 주어진 2시간 내에 통양배추 파르시 요리를 완성해 밀도 높은 심사를 받았다.

국내에서 진행된 대회 예선 요리를 심사 중인 ‘밍글스’ 강민구 셰프와 ‘레스쁘아’ 임기학 셰프

심사위원단은 ‘밍글스(Mingles)’ 강민구 셰프를 위원장으로 ‘라미띠에(L’amitié)’ 장명식 셰프, ‘프레드므아(Pres de moi)’ 윤화영 셰프, ‘레스쁘아(L’ESPOIR)’ 임기학 셰프, ‘강민철 레스토랑’과 ‘기와강’의 강민철 셰프가 나서, 각 심사 조건 및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철저하게 평가해 한치의 오차 없이 점수를 매겼다.

예선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파인 다이닝 셰프들. 왼쪽부터 강민철, 윤화영, 강민구, 임기학, 장명식 셰프

이렇게 예선 심사가 진행된 결과,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 소속 정회완 셰프가 ‘민물 가재와 닭을 넣은 통양배추 파르시’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닭고기’와 ‘민물 가재’란 프렌치 클래식 조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 물론, 시금치와 생크림을 넣은 관자 무스 레이어와 곱게 간 닭가슴살, 당근을 번갈아 쌓아올려 이 디시를 완벽하게 완성해냈다. 특히 이 디시에선 비스크 소스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더해, 한국적인 향과 깊은 감칠맛을 한층 더 끌어올린 점이 가장 큰 호평을 받았다. 

정회완 셰프는 ‘뚜또베네(Tutto Bene)’, ‘레스토랑 덱스터(Restaurant Dexter)’, ‘리알토(Rialto)’를 거쳐 현재는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클래식 프렌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으며, 2026년인 올해는 샤퀴테리를 심도 깊게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 리모주 본토에서 펼쳐진 전통 요리의 글로벌화

이어 2026년 2월 26일, 프랑스 리모주 베르나르도 공방에서 제2회 ‘세계 통양배추 파르시 챔피언십’ 본선(결선)이 열렸다. 심사위원장은 미슐랭 2스타 셰프 ‘필립 에체베스트(Philippe Etchebest)’가 맡았다. 그는 파리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호스텔러휘 드 플레정스(Hostellerie de Plaisance)’의 오너 셰프로 프랑스 TV 쇼 <탑 셰프(Top Chef)>, <코슈마르 엉 퀴진(Cauchemar en Cuisine)> 등에 출연한 바 있다. 

리모주 베르나르도 공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본선 대회의 면면

그는 “이번 챔피언십의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어 매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 대회는 단순히 전통의 재현을 넘어 각국의 요리사들이 프렌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자리다. 여기서는 모든 디테일이 중요하다. 간의 정확함, 속재료의 섬세함, 양배추의 부드러움까지, 이러한 요소들은 참가자들의 열정과 장인 정신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라며 심사 참여 소감을 밝혔다. 

본선 당일 출품작을 심사하고 있는 크리스토프 펠레(Christophe Pelé) 셰프와 ‘팻투바하’ 김범수 대표

이외에도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인 ‘크리스토프 펠레(Christophe Pelé)’, 프랑스 디저트계의 레전드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 그리고 ‘세계 통양배추 파르시 챔피언십’ 2024년도 우승자인 싱가포르 출신 ‘베르나데트 드 로자리오(Bernadette de Rosario)’와 국내 대표 미식 전문가 ‘팻투바하’ 김범수 대표까지 총 11명의 전문가들이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됐다.

실제 본선 당일엔 각국에서 예선을 통과한 셰프 총 7인이 모여 치열하게 승부를 겨뤘다. 이들은 예선 때 선보인 동일 레시피를 기반으로 4시간 내에 2개의 통양배추 파르시를 완성하고, 식물성 소스를 별도로 구성해야 했다. 또한 프랑스 요리 전문 교육 기관 ‘CEPROC’ 소속 셰프들을 보조 셰프로 둬야 했으며, 이를 통해 세대 간, 국가 간 기술 전승의 의미를 무게감 있게 더할 수 있도록 했다.

본선에 참가한 정회완 셰프는 예선 우승작을 재현함과 동시에 식물성 소스도 함께 만들어 평가받아야 했다.

지난했던 4시간, 열띤 경쟁 끝에 우승의 영광은 파리 사퀴테리 전문 레스토랑 ‘아르노 니콜라(Arnaud Nicolas)’의 샤퀴티에 ‘올리비에 카이용(Olivier Caillon)’이 거머쥐었다. 그는 다음날 ‘리모주 중앙 시장(Les Halles Centrales)’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8개월에 걸쳐 끊임없이 준비한 끝에 얻은 뿌듯한 결과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진심으로 자랑스럽다”며 기쁨을 전했다. 

한편 국내 예선을 통과해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정회완 셰프는 본선에서 ‘명예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는 우승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상으로, 한국인 셰프로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본선에서 재현한 정회완 셰프의 ‘민물가재와 닭을 넣은 통양배추 파르시’가 심사를 받기 위해 서빙되고 있다.

정회완 셰프는 2026년 2월 예선 우승 후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클래식 프렌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클래식은 ‘확률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책으로 전해지는 레시피는 같아도, 셰프마다 해석이 다르고 다른 방법을 적용하고, 또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러한 무궁무진한 확률 가운데 하나의 가능성이 성공했을 때 주는 ‘한 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클래식의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것 같다”며 진심어린 소회를 밝혔다.

‘제2회 통양배추 파르시 대회 2025’ 본선(결선)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정회완 셰프는 현재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세대에게 클래식 프렌치가 앞으로도 더욱 매력적인 장르로 비춰지며 오랫동안 존속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예전엔 정통 샤퀴테리를 좋아한다고 하면 의문이 따라붙었다. ‘공장제 햄과 소시지가 있는데 왜 굳이?’란 반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통 샤퀴테리만이 줄 수 있는 가치와 매력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처럼, 앞으로 업계에 진출할 젊은 셰프들이 클래식의 매력을 더 잘 알게 되길 바란다. 매번 똑같은 걸 하는 장르가 아닌, 탄탄한 기본기 아래 새롭고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장르인 걸 꼭 알아봐 주면 좋겠다”라며 말을 맺었다. 

‘통양배추 파르시(Chou Farci)’는 프랑스의 대중적 요리 중 하나로, 이번 대회는 일상적 레시피의 세계화를 통한 프렌치 장르의 부흥을 꾀하기 위해 개최됐다.

정회완 셰프의 예선 우승과 본선 특별상 수상이라는 결과,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은 국내에서 클래식 프렌치 장르가 나아갈 다음 스텝을 보여준다. ‘세계 통양배추 파르시(Chou Farci) 챔피언십’이 기술과 전통, 창의성의 세대 간 전승을 목표로 하는 만큼, 국내 클래식 프렌치 역시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도 해당 대회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의 의미를 지키고, 이를 새롭게 확장하려는 시도는 다방면에서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미식 씬에서도 정회완 셰프를 비롯해, 클래식의 계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갈 새 얼굴들의 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

단락

Writer 손준우(Junu Son)
Editor 손준우(Junu Son)
Photo Credit Bernardaud Korea, Association du Championnat du Monde du Chou Far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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