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국문판 출간을 기념해 열린 북 토크 콘서트에선 ‘장’을 한국 식문화의 기록이자 미식의 언어로 확장해 읽으며, 글로벌 K-소스로의 성장 가능성을 조망했다.
미식의 언어로 한식의 근간, ‘장(醬)’을 다시 읽는 무대가 열렸다. ‘2025 제임스 비어드 재단’ 도서상을 수상한 책 『JANG : The Soul of Korean Cooking』(국내판 ‘장 —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빚어낸 미식의 세계’)을 중심으로, 장의 본질적 가치와 한식을 대표하는 식재료로서의 확장 가능성, 한국 식문화 연대기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북 토크 콘서트’가 이화여자대학교 중강당에서 개최된 것이었다.
『장』 국문판 출간을 계기로 열린 소통의 자리
이번 행사는 2024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비롯해,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책 『장 —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빚어낸 미식의 세계』의 국문판 국내 출간을 계기로 마련되었다. 1부의 첫 시작을 연 건 ‘농부 시장 마르쉐@’ 대표 이보은 사회자의 개회사였다.
이어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정서진 교수가 축사로 장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배경과 전통 장의 의미를 설명하며, “장 문화는 단순 식재료를 넘어 공동체·환경·기후·시간이 함께 작동하는 우리 고유의 생활 문화”임을 강조했다. 덧붙여 북 토크 콘서트를 기획하고 준비한 ‘간장 포럼’ 우태영 대표는 현대 사회에서 장이 갖는 담론적 가치, 즉 ‘음식 문해력(food literacy)’과 ‘식문화의 정체성 회복’이란 측면을 언급하며 장 연구의 공공성을 거론했다.
(좌) 이번 ‘북 토크 콘서트’를 기획하고 준비한 ‘간장 포럼’ 우태영 대표가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우) 이화여자대학교 중강당 입구에 놓인 ‘북 토크 콘서트’ 포스터
본격적으로 ‘북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자, 메인 무대의 중심엔 『장』의 저자,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오너 셰프가 나섰다. 그는 이번 책을 집필하고 출간한 배경을 소개하며 말문을 뗐다.
“과거에도 책을 써 보라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었지만, 실제로 쓴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여러 모로 의미가 더 깊죠. 바로 제가 정말 쓰고 싶어서 쓴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해외를 겨냥해 영문으로 출간할 작정을 하고 책을 내줄 해외 출판사를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장을 활용한 요리 레시피와 설명, 사진으로 이뤄진 샘플 북을 만들어 여러 출판사에 보내며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었죠. 그런데 아쉽게도 계속 거절당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요리책 출판사로서는 업계 최고인 ‘아티장(Artisan Books, 르네 레드제피 셰프의 발효 책자, 토마스 켈러 셰프의 쿡북 등 세간의 화제가 된 책을 발행한 곳)’과 함께하게 됐죠. 사실 이곳은 각 레시피에 대해 실제로 요리를 해 보면서 꼼꼼하게 검증하는 곳으로 유명해, 솔직히 1순위로 같이 일해 보고 싶었던 출판사였습니다. 결국 운이 좋게도 바라던 대로 이뤄진 것이었죠.”
병아리콩을 쓰는 중동식 후무스와 달리, 잠두콩이나 완두콩, 백태(메주콩)를 활용해서도 만들 수 있는 ‘된장 후무스’ 레시피
『장』을 집필한 배경과 과정, 이 책의 가치
그는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레스토랑 주 고객이었던 외국인의 방문이 끊기자, 제2의 돌파구로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겠다는 의욕이 생겨 우리나라 전통 장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4년 밍글스 개업 당시 목표가 ‘밍글(mingle)’이란 단어 뜻처럼 서양과 한국의 전통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것이었습니다. 또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나 ‘르네 레드제피(Rene Redzepi)’처럼 요리를 통해 우리나라만의 식재료, 테크닉, 전통 등을 글로벌 미식계에 영향력 있게 전파하는 것이었죠. 감사하게도 국내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대 이상으로 주목 받았고, 당시 기쁨도 컸지만 마음 한편으론 한국 요리와 식재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정성 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조희숙 셰프님과 정관 스님을 제자로서 따르게 됐는데, 조희숙 셰프님께는 장의 중요성과 특히 간장의 능력을 익혔고, 정관 스님께는 저마다 고유의 성질을 지닌 장의 가치를 음식과의 교감을 통해 배울 수 있었죠. 이러한 여정이 ‘장’에 대한 책을 쓸 수 있도록 저를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장 연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히스토리를 들려 주는 ‘밍글스’ 강민구 셰프
강민구 셰프는 실제로 4년에 걸쳐 우리나라 전통 장의 A부터 Z까지를 모조리 섭렵했다. 장을 제대로 탐구하려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한 장 명인들을 수소문해 이들이 만든 장을 전부 맛보고, 장맛의 변화를 파악하고, 특정 브랜드는 생산 연도별로 맛과 향, 식감 등을 철저히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또 서울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정관사를 주말마다 오가며 정관 스님을 통해 장을 만드는 과정을 파고들면서 ‘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면밀히 다져 나갔다.
장 명인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강민구 셰프의 지난 기록을 돌아볼 수 있는 페이지
“원고 작업에 들어가면서부터는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공동 저자인 조슈아와 함께 한국 시각으로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줌 미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고 배운 것들을 공유하고 한국 장에 대해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의 영문판을 먼저 내기 위해 한국어 통역사를 끼고 정기 스터디를 한 것이었는데, 한국 음식을 잘 모르던 조슈아(Joshua David Stein, 미국 미식 매거진 ‘Bon Appétit’, ‘Food & Wine’ 등에 기고하는 음식 칼럼니스트)가 한식을 잘 알고 우리 식문화를 이해하게 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죠. 이제 조슈아는 한식을 비평하는 사람으로까지 성장해 책을 쓴 이후엔 해외에서 한식에 대한 정보나 식견이 필요할 때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됐습니다.”
책을 집필해가는 과정 중 강민구 셰프는 레시피의 정확성과 더불어, 한국의 장 문화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독자에게도 보편적이면서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세심한 조율을 거듭했다. ‘북 토크 콘서트’에 책의 감수자로서 패널로 자리한 정혜경 교수(음식학자, 발효·장 문화 연구자)는 현장에서도 장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며, 이 책이 단순한 쿠킹북이나 레시피북을 넘어 하나의 문화 기록으로 기능함을 분명히 언급했다.
정혜경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 장이 ‘소이 소스(Soy Sauce)’나 ‘기꼬만(Kikkoman)’으로 알려진 게 아니라, 한국어 원문 발음 그대로인 ‘장(Jang)’으로 세계인들에게 널리 인식되고 인정 받는 작금의 글로벌적 흐름이 반갑고 자랑스럽다”며, “여기에 크게 기여한 강민구 셰프에게 감사하고 싶다. 장이 앞으로 세계와 대화를 이어가는 데 물꼬를 튼 격이다”라며 기대감을 넘어 벅차오르는 마음을 전했다.
현재 ‘장’의 모습과 문화 유산적 의미
‘장 —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빚어낸 미식의 세계’를 챕터별로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 전통 장이 단순한 양념 이상의 의미와 무게감을 지니고 있음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실제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대상은 식재료나 발효 식문화로서의 ‘장’ 그 자체가 아니라,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였다. 이는 마을과 가족, 집단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 행위인 ‘장 담그기’가 공동체의 응집력과 소속감을 형성하고, 세대 간 전승을 통해 문화적 생명력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기반이자 한국 문화 정체성의 근간임을 높이 평가한 것이었다.
대두와 물, 소금을 다루는 방식만으로도 장의 품질과 특성이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상세히 기술한 챕터
“장을 공부하고 연구할수록, 장을 함께 담그는 공동체 문화와 장을 보관하고 저장하는 옹기(장독) 문화까지 이번 책을 통해 다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어떤 콩을 왜 사용하게 됐는지, 한국·일본·중국의 장이 어떻게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왜 우리 고유의 장을 ‘소이 소스’나 ‘코리안 미소’로 부를 수 없는지도 점점 더 또렷이 체감하게 됐죠. 제가 익히고 습득한 만큼 이를 독자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명할지 꽤 많이 고민했습니다. 특히 장은 백가백미(百家百味)의 개성을 지니기에 이를 표준화해 표기하는 과정에도 오랜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죠. 장을 활용한 음식 역시 계량화한 레시피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한국 가정에서 가장 맛있는 장 요리는 대개 어머니들이 ‘감’으로 만들어 온 음식이죠. 그래서 책에선 ‘장 바리에이션(Variation) 양념 만들기’ 파트에 공을 들여, 소스를 만드는 하나의 기준을 정립해 보려 했습니다.”
한식의 장은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지만 쌈장, 초고추장 같은 혼합 양념이나 소스 베이스로도 늘 사용된다. 이러한 이유로 강민구 셰프는 당분을 가미한 양념 간장인 ‘라이트 맛간장’부터 고기 요리에 제격인 ‘다크 맛간장’, 한식 된장과 양식 된장을 적정 비율로 섞은 ‘블렌디드 된장’, ‘바비큐 고추장’ 등의 만드는 법을, 밍글스에서 해오던 방식을 참고로 여러 차례에 걸쳐 다시 계량해 가장 맛있는 수치로 책에 실었다.
다만 여기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식 된장, 한식 간장, 재래식 고추장만을 고집한 게 아니라, 양조 간장과 양조 된장, 시판 장 등을 적절히 버무렸다는 것. 실제 한국 사회, 한국인 가정에서도 이들을 혼용하고 있음을 현실적으로 반영해 전통의 것만을 고수하진 않았다.
강민구 셰프는 각 페이지마다, 챕터마다 담은 ‘장’에 대한 애정을 ‘북 토크 콘서트’에서도 진심을 다해 표현했다.
“그렇다고 제가 ‘장’을 요리의 주연으로 생각하고 책을 쓴 건 아닙니다. 장이 한식 요리엔 필수라고 여기는데, 다만 장의 향과 맛이 너무 도드라지면 오히려 전체 음식의 맛을 해칠 수도 있죠. 대신에 장의 매력이자 최고의 장점은 원재료의 좋은 맛은 잘 살리고, 원재료의 나쁜 맛은 잘 감춰 주는 거죠. 그리고 제 레스토랑에서도 또 책에서도 한식 간장과 양조 간장의 비율을 어떻게 쓸지, 양산된 품질의 고추장을 쓸지 장인의 고추장을 쓸지 고민될 때마다 정 교수님께 자문을 구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 결론은 요리의 마지막 터치이거나 열이 덜 가는 조리, 그리고 전통 메뉴일수록 ‘한식 간장’과 ‘한식 된장’을, 양식이거나 복합적이거나 열을 가하는 조리는 ‘양조 간장’과 ‘양조 된장’을 쓰는 게 더 적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밍글스에서 실현된 ‘장’의 현대적 활용
책 뒤편을 보면, 전통 간장과 양조 간장의 본질을 상세히 기술한 페이지가 있다. 여기선 간장의 역사를 서술하며, 간장의 종류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메주를 만들지 않고 콩을 발효한 양식 간장에 비해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발효시키는 전통 한식 간장이 왜 비쌀 수밖에 없는지도 조목조목 확인할 수 있다. 이어 2부 사회를 맡은 간장 포럼 장진영 사무국장(슈필라움 더제이 대표)은 전통 장의 확장성 면에서도 논제를 던졌다.
강민구 셰프는 밍글스에서 이미 정형화된 ‘장’의 활용법을 넘어선 창의적인 요리로 정평이 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장 트리오’로, 오픈 이래 11년째 지속해온 시그니처 메뉴다.
(좌) 찹쌀 푸딩과 찹쌀 아이스크림을 메인으로 한식 간장과 참기름의 풍미가 조화로운 ‘밍글스’ 디저트 ‘비빔밥’ (우) 된장 크렘블레, 간장 피칸, 고추장 튀밥에 바닐라와 위스키를 더한 ‘밍글스’의 시그니처 디저트, ‘장 트리오’
“밍글스 초창기부터 내놓았던 디저트로, 장을 쓰되 다이닝에서 할 수 있는 걸 해 보자란 차원에서 준비했던 것이었습니다. 된장을 써서 크렘블레(Crème Brûlée)를 먼저 만들었는데, 디저트 셰프라면 떠올리기 힘든, 하지만 셰프라면 생각할 수 있는 짭짤함을 풀어내봤죠. 이밖에도 간장, 고추장을 모두 활용했는데, 초반엔 ‘왜 디저트에 이런 걸 넣느냐?”는 평가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 한식에 대한 존중이 없어서 이런 걸 만드냐는 혹평도 들었죠. 보통 한식엔 간장과 고추장, 된장을 동시에 쓰는 건 거의 없고, 디저트엔 더욱이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것이었죠. 그런데 어찌 보면 우리 전통의 것만 해외에서 인정 받는 게 아니라, 트렌디한 K-Pop 같은 장르도 해외에서 인정 받고 있으니 이러한 제 시도도 괜찮을 거라 판단했었습니다. 처음 이 메뉴를 고안할 때도 전통 디저트를 만들려 했던 게 아니라 양식 디저트를 내는 데 한국의 장을 넣은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현재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는 글로벌 다이닝 업계에서 한국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결국 통했다. 밍글스 하면 ‘장 트리오’를, ‘장 트리오’를 떠올리면 밍글스가 연상될 만큼, 이 디시는 한국의 장을 활용한 상징적인 메뉴로 자리 잡았다. 그는 장을 요리의 ‘킥’으로 활용하는 데도 능한데, 가정에서도 평소 장을 잘 쓰지 않는 음식에 포인트로 장을 더해 보길 권했다. 일례로 한식 간장을 국에 넣거나 나물을 무칠 때만 쓸 게 아니라, 한식 간장에 청귤즙을 섞어 망고나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 먹으면, 과일에 소금을 살짝 뿌렸을 때처럼 단맛이 한층 더 또렷해지고 풍미도 깊어진다고 조언했다. 또 파스타나 리조토 같은 양식 요리에도 간장을 넣어 보길 추천했다.
버터의 진한 맛을 된장의 감칠맛으로 중화해, 찐 생선이 지닌 그 자체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생선찜과 된장 베어네이즈 소스’ 레시피
‘글로벌 K-소스’로 확장될 ‘장’의 성장 가능성과 전망
정혜경 교수는 우리 장이 나아갈 내일에 대해 “전통이나 정통성에 머물기보단 우리가 가진 요리 DNA를 바탕으로 한식의 스펙트럼을 확장해, 여러 장을 다방면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며 “장에 담긴 의미를 유연하게 해석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풀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쌈장이나 불닭 소스가 각광 받고 있듯, 장을 베이스로 한 K-소스의 가능성 역시 체계적으로 연구해 볼 만하다”는 말로 북 토크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우리 장의 성장 가능성과 전망을 ‘글로벌 K-소스’로 진단한 ‘북 토크 콘서트’
끝으로 강민구 셰프는 “전통 장과 대량 생산된 장의 차이를 주방팀도 잘 모르곤 합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려 책까지 썼지만 외국인에게도 우리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것이 장인 것 같습니다.”
그는 장을 대중적으로 쉽게 소개할 방법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 교수님 말씀처럼 2차 가공된 소스 형태로 나아가는 방향이 가장 글로벌한 접근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쌈장이나 초고추장처럼 소스에 주목해 연구하다 보면, 비록 장이 들어가진 않지만 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불닭 소스처럼, 장을 활용한 소스로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장의 가치 역시 높아지고, 해외에서도 우리 장을 더 잘 알고 폭 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K-소스’는 분명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동시에 지닌 영역이다. 해외 유튜브와 SNS를 살펴보면,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방식으로 쌈장을 피자에 곁들이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찍장’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장이 특정 요리에 한정된 양념이 아니라, 새로운 식문화로 재해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 —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빚어낸 미식의 세계’는 한국 식문화의 오늘을 다시 쓰며, 장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날 열린 ‘북 토크 콘서트’는 ‘장’이 지닌 문화유산적 가치와 한국 미식의 철학을 어떻게 세계의 식탁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보는 자리였다. 장의 세계화는 한식이 품어온 시간성·공동체성·정서적 미학을 다른 문화권의 언어로 정교하게 전달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러한 접근은 영문판으로 먼저 출간된 『JANG: The Soul of Korean Cooking』이 ‘2025 제임스 비어드 재단 도서상’을 수상하며 일정 부분 인정 받고 국제적 공감을 얻었다.
한국의 장을 문화적 자산이자 미식의 언어로 조명한 이 책의 수상은, 장이 글로벌 다이닝 담론에서 뜨겁게 논의될 수 있는 주제임을 증명한다. 이제 장은 다음 라운드에 들어섰다.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식탁 위에 놓일 순간을 향해 차분히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