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식재료로 그린 한식, 온빛 지준혁 셰프

베트남에서 찾은 가장 신선한 식재료 위에, 한식의 방식과 지준혁 셰프의 테크닉이 맞물리며 온빛만의 한 상이 차려진다.

베트남에서 처음 빛난 한식의 별

2026년 6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온빛(ONVIT)이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받았다. 베트남 미쉐린 가이드는 2023년 하노이와 호찌민시를 대상으로 처음 발간됐고, 당시 4곳이 1스타를 받았다. 이후 다낭까지 평가 지역이 확대됐고, 2026년에는 총 11개 레스토랑이 1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온빛은 베트남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최초이자 현재 유일한 한식 레스토랑이다.

온빛의 미쉐린 스타 수상은, 베트남에서 한식이 바비큐나 익숙한 대중음식의 범주를 벗어나, 고유한 철학과 기술을 갖춘 파인다이닝의 언어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과 일본, 캐나다, 필리핀을 거쳐 베트남에 정착한 지준혁 셰프가 있다.

베트남 한식 레스토랑 최초로 미쉐린 1스타를 수상한 온빛

 

정해진 길을 벗어나 요리를 만나다

대학 시절 지준혁 셰프의 전공은 요리가 아닌 전자공학이었다. 그러나 대학 생활을 거치며 이것이 진정으로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인지에 대한 의문을 느끼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보기 위해 대학을 자퇴하게 된다.

이후 1년 동안 제주도와 스페인을 여행하며 넓은 세계를 보고, 정해진 길 밖에도 다양한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요리를 진로로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은 대학 시절 참여한 봉사활동이었다. 초복을 맞은 노인정에서 삼계탕을 만들어 대접했는데 자신이 만든 요리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F&B가 가진 본질적인 기쁨을 처음 실감했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난 글로벌 여정

이후 지준혁 셰프는 미식 다큐멘터리에서 오사카 츠지 조리학교에 대해 알게 되었고, 커리큘럼과 요리 철학에 매료되어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츠지 조리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미쉐린 1스타인 도쿄의 해산물 중심 프렌치 레스토랑 아비스(Abysse)에서 약 1년간 일했다. 하루 15시간 이상 이어지는 강도 높은 주방 생활과 허리 부상은 견디기 어려웠지만, 재료를 다루는 방법과 소스, 불 조절, 파인다이닝의 기본기를 압축적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커리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는 도쿄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오마주(Hommage)의 아라이 노보루 셰프를 꼽는다. 지준혁 셰프는 오마주에서 스타지로 일주일가량 짧게 근무했지만, 이때 노보루 셰프가 주방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셰프로 성장해야 하는지 결심하게 됐다. 아비스의 메구로 고타로 셰프는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데 중심을 두었다면 오마주의 아라이 셰프는 모든 접시를 직접 만드는 대신 팀을 교육하고, 전반적인 진행 과정을 조율하며, 레스토랑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이 모습을 보며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넘어 팀을 키우고 전체를 지휘하는 셰프를 지향점으로 삼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지준혁 셰프는 약 3년간의 일본 유학 생활 동안, 같은 사람도 장소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현재의 배우자인 베트남 여자친구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경험과 인연이 캐나다-필리핀-베트남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경험의 시작이 되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나를 평가해 주는 가치가 공간마다 달라지는구나, 그러면 어떤 나라에서, 어떤 공간에서 나를 좀 더 높게 평가를 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국가’를 찾는 시작점으로 영어도 익힐 겸 캐나다 유학길에 올라 한식당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아시안으로서의 캐나다 생활에 한계를 느꼈다. 약 1년간 캐나다를 경험하며 아시아인 셰프로서는 동남아 시장이 더 적합할 수 있겠다는 고민을 하던 중, 마침 지인의 한식당 오픈 제안을 받아들여 필리핀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는 필리핀에서도 약 1년 동안 외국인들과 함께 식당 사업을 경험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베트남 최초의 한식 파인다이닝을 결심하기까지

베트남과의 연결점에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만난 베트남인 배우자가 있었다. 2019년 필리핀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 방학을 맞아 베트남에 머물던 당시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현지를 여행했다. 그때 방문한 베트남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뚱 다이닝(T.U.N.G Dining)에서 하노이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사업과 회계, 마케팅, 직원 관리에 관한 경험은 부족했지만, 젊은 자신감으로 이곳에서라면 자신의 레스토랑을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지준혁 셰프는 2020년 베트남에 정착해서 이듬해 1월 라브리(LABRI)를 오픈했다. 프렌치 기법에 동양적 감각을 결합한 오리엔탈 네오 비스트로였다. LABRI는 개업 약 2년 만인 2023년 베트남 최초의 미쉐린 가이드에서 셀렉티드에 선정된 이후 꾸준히 명단을 지켰다. 그러나 레스토랑의 성장은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셰프로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요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2025년, 지준혁 셰프는 또 한 번 온빛의 문을 열었다.

2025년의 베트남에서 한식은 이미 낯선 음식이 아니었다. 떡볶이와 불고기, 간장게장 같은 이름은 현지에서도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도 많아졌다. 그러나 지준혁 셰프가 보기에 한식은 여전히 코리안 바비큐와 강한 양념의 범주를 충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중식과 일식에는 호텔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가이세키가 자리 잡았지만 한식에는 그에 상응하는 고급 다이닝의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지준혁 셰프는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베트남에서 온빛을 통해 한식 파인다이닝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기로 결심했다.

2025년 오픈한 지준혁 셰프의 온빛

 

온빛이 제안하는 한식

온빛의 주방 직원은 모두 베트남인이다. 한식의 장과 반찬에 익숙하지 않은 팀에게 전통적인 손맛을 그대로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때문에 온빛은 처음부터 전통 한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레스토랑보다 프렌치 소스 기법을 활용한 모던 한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베트남 직원이 기술적으로 이해하고 반복할 수 있으며, 현지 손님에게도 기존 한식당과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형식이었다.

식재료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도 장르보다 신선도다. 한식이기 때문에 특정 재료를 써야 한다고 먼저 정하지 않는다. 지금 베트남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찾는다. 베트남 식재료의 성질을 충분히 이해한 뒤 한국의 방식과 자신이 배운 프렌치 기법을 적용하는 것, 이것이 온빛이 추구하는 요리의 기본 구조다.

해외 경험을 통해 자신을 강하게 표현하기보다 상대의 문화에서 공통점을 찾는 법을 익힌 지준혁 셰프에게, 현지화는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한 뒤 자신의 뿌리를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온빛의 음식은 ‘퓨전’이 아닌 ‘조화’를 추구한다. 퓨전은 자신에게 필요한 요소만을 골라 취합하는 방식에 가깝다면 조화는 상대의 나라와 문화를 정말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지 셰프는 말한다.

온빛에서 요리 중인 지준혁 셰프

전복죽은 온빛의 한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 베트남에서는 죽을 미음에 가깝게 곱게 갈아 먹지만, 온빛은 쌀알의 형태가 살아 있는 한국식 조리법을 따르면서도 현지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베트남의 ST25 품종 향미를 이용하는데, 다른 쌀보다 향이 강하다. 한국식 전복죽은 쌀을 참기름에 충분히 볶아 고소한 맛을 내지만, 지 셰프는 ST25 쌀 자체의 향을 살리기 위해 참기름을 한두 방울 정도만 사용한다. 베트남 식재료만의 고유한 특징을 이해한 뒤 조리법을 조절한 것이다. 한국식 죽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베트남 쌀이 가진 향을 중심에 놓고, 자신이 익힌 소스 기법으로 완성한다는 점에서 이 요리는 온빛의 방향을 압축해 보여준다.

두 번째 시그니처는 메인 코스의 한상차림이다. 국과 밥, 반찬이 함께 놓이는 구조를 고집했다. 베트남 최초의 한식 파인다이닝을 표방하는 레스토랑에서 국과 밥의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찬은 메인 요리에 딸린 장식이 아니라, 밥과 국 사이를 연결하고 손님이 자신이 원하는 맛의 조합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요소다. 한 접시에 완성된 한입을 제시하는 서양식 코스와 달리, 먹는 사람이 반찬과 밥의 순서를 선택하는 한식의 식사 방식을 파인다이닝 안에 남긴다.

베트남 식재료의 고유한 특징을 살린 '전복죽'(좌), 한식의 식사 방식을 담아낸 '한상차림'(우)

 

장이 익듯 함께 깊어지는 레스토랑을 꿈꾸며

지준혁 셰프는, 장이 한국 음식이 다른 퀴진과 구분되는 가장 강력한 맛의 기반이며, 감칠맛과 발효의 깊이를 만드는 요소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원하는 만큼 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베트남에서 발효식품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고, 베트남인으로 구성된 팀 역시 장의 미세한 맛 차이를 익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빛은 처음부터 완성된 한식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레스토랑과 직원, 셰프, 손님의 이해가 함께 깊어지는 과정을 택했다. 지금은 모던한 소스와 기술을 통해 한식을 설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팀이 한식에 대한 이해를 쌓고 지 셰프 자신도 한국에서 장을 본격적으로 배워 베트남에서 직접 담그는 방향까지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깊고 본질적인 장의 문화를 표현하는 레스토랑으로 무르익고 싶다는 것이다.

한식 셰프로, 현지에서 전통주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녹록지 않다. 발효식품 특성상 역시 수입 절차가 까다로우며, 비살균 발효주는 유통기한이 짧은데 배로 운송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반면 아직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전통주를 빠르게 소비할 만큼 수요는 크지 않다. 현재는 사이공에서 베트남 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한국인 생산자와 협업해 페어링을 운영하는데, 지 셰프는 요리와 더불어 전통주와 발효 문화를 현지에서 함께 만들어갈 생산자와 시장이 성장해야 더욱 폭넓은 한식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별 이후의 책임, 더욱 깊어지는 온빛

미쉐린 1스타는 온빛이 베트남에서 한식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였다. 기쁘기도 했지만, 지준혁 셰프는 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베트남 손님과 외국 손님이 아직 알지 못하는 한국의 발효 문화를 제대로 소개해야 한다는 책임을 함께 느꼈다. 동시에 베트남의 좋은 식재료를 찾아 자국 손님에게 다시 소개하고, 한국인 손님에게는 베트남의 풍토를 새롭게 보게 하는 역할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덧붙인다.

그가 바라는 온빛은 어느 한쪽만을 위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베트남 손님이 중요한 식사 자리에 자신 있게 선택하고, 한국인 손님도 하노이에서 한식 파인다이닝을 소개할 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별의 개수를 목표로 내세우기보다, 한 끼의 식사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의 미가 모던하게 반영된 온빛의 프라이빗 다이닝 룸

5년, 10년 뒤 지준혁 셰프가 그리고 있는 한식도 그 연장선에 있다. 베트남에서 직접 장을 담그고 발효의 깊이를 음식에 더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한편, 현지의 신선한 식재료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한식을 만들고 싶다. 처음에는 팀과 손님이 이해할 수 있는 모던한 형식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식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 온빛과 직원, 셰프와 손님의 이해가 함께 자라며 보다 깊은 한식으로 무르익는 것. 지준혁 셰프에게 미래는 새로운 장르로 옮겨가는 일이 아니라, 지금 선택한 두 문화 사이의 길을 더 오래, 더 깊게 걸어가는 일이다.

단락

Writer 윤샛별 (Stellar Yoon)
Editor 이정윤 (Julia Lee)
Photographer 온빛 (ONV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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