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음의 조은희 방장과 박성배 조리장은 세계 미식 씬에서 한식의 위상을 드높이며 '담백함'의 미학을 완성하고 있다.
경복궁 돌담길의 고즈넉한 정취를 따라 걷다 보면, 길 건너편으로 간결하면서도 기품 있는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통창 너머로 조선의 오랜 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공간 안팎으로 서울의 유구한 역사와 현대적인 감각은 묘하게, 그러나 지극히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이는 어쩌면 온지음이 추구하는 철학의 가장 솔직한 지리적・건축적 표현이기도 하다.
온지음의 안방에는 조은희 방장과 박성배 조리장, 그리고 팀 온지음이 함께 걸어온 발자취가 소담하고도 정갈하게 얹혀 있다. 미쉐린 1스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14위, 월드 50 베스트 57위. 화려한 숫자들은 온지음이 도달한 외부의 좌표를 증명할 뿐이다. 2026년 아시아 50 베스트에서 조은희 방장이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로 선정됐을 때도, 두 사람이 가장 오래 복기한 것은 수상의 영예가 아니었다. 담백함이었고, 발효였으며, ‘짓는다’라는 동사의 묵직한 무게감이었다.
통창 너머 경복궁의 고즈넉한 정취를 품은 온지음. 서울의 유구한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 공간에는 '온전히 짓는다'는 온지음의 철학이 자연스레 스며 있다.
온지음은 '온전히 짓는다'라는 뜻이다.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는다. 그 어떤 쓰임에서도 짓는다는 행위에는 기어코 정성과 시간이 전제된다.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넘어 그것을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세워 나가는 수행에 가깝다. 박성배 조리장은 이 이름의 무게를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마음을 짓고 그것을 깊게 두고 표현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도 어딘가 아스라한 기억에 걸리는 맛. 온지음은 그 오래된 새로움을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지어가고 있다.
연구소와 레스토랑, 그 유기적인 순환 사이에서
온지음의 출발은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한식의 전통을 올곧게 계승하고 기록하는 연구소가 그 본질이다. 아름지기 재단의 철학에 따라 옷공방(복식), 집공방(건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의식주(衣食住)의 한 축을 담당해 왔고, 이곳에서 치열하게 고증하고 새롭게 해석한 결과물들이 비로소 레스토랑이라는 형태로 손님들 앞에 놓이게 됐다.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는 행위는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정성으로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수행의 과정이다. 요리를 넘어 삶의 양식 전체를 짓는 온지음의 철학이 1층 공간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난다.
조은희 방장은 이 구조에서 연구소와 레스토랑이 분리가 아닌 순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전국의 산지를 답사하고, 고문헌을 읽고, 식재료를 연구한 결과물이 음식으로 발현되지만, 그것을 맛보는 손님의 관점이 더해지지 않으면 연구는 미완으로 남기 때문이다.
박성배 조리장은 이를 전통을 기록하고 알리는 목적 사업과, 그 목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이자 피드백의 공간인 레스토랑이 건강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미를 연구한다는 것은 결국 자연미와 균형의 감각을 체득하는 일이며, 이 깊은 이해 없이는 온지음의 음식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두 사람의 오랜 믿음이다.
자극적인 첫맛보다 오래 두고 먹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대미필담(大味必淡)의 담백함이야말로 온지음이 지향하는 가장 깊고 우아한 미식의 경지이다.
이 유기적인 순환의 중심에는 전혀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장인이 있다. 조은희 방장은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음식 이수자 출신으로 이십 대부터 한식을 학구적으로 연구하며 강의를 해왔고, 박성배 조리장은 일식으로 시작해 치열한 외식 업계의 최전선을 거쳐온 정통 현장파다. 학술적 궤적을 그려온 이와 현장의 감각을 지닌 이가 처음 손을 맞추었으니 초기의 충돌은 필연적이었지만, 그 뜨거운 성찰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독보적인 합(合)도 없었을 것이다.
전통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문법을 바르게 잡아 전수하며, 후배 요리사들이 흔들림 없이 뿌리내릴 토양을 다져주는 스승의 길이야말로 온지음이 짓고 있는 내일이다.
박성배 조리장은 온지음에서 겸손함과 디테일을 배웠다고 말한다. 음식을 담아내는 기물의 중요성을, 공간이 지닌 힘을, 요리하는 이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기어코 맛의 미세한 결을 바꾼다는 사실을 더욱 깨달았다. 끝없는 변주와 조율 끝에 마침내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좋다"는 말이 나올 때, 온지음의 음식은 비로소 손님 앞으로 나간다.
이 완벽한 합의 기저에는 조은희 방장과 박성배 조리장의 서로를 향한 단단한 연대감이 자리한다. 혼자라면 부딪혔을 한계도 둘이기에 두려움 없이 넘어선다. 서로의 실력과 존재를 믿고 나아가는 두 장인의 든든한 신뢰는, 온지음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뜨거운 성찰 끝에 빚어낸 독보적인 합은, 혼자라면 부딪혔을 한계를 두려움 없이 넘어서게 하는 온지음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고조리서를 현재의 식탁으로, 온전한 계승과 해석
온지음 메뉴의 많은 부분은 음식지미방, 규합총서, 시의전서 같은 고조리서에서 출발한다. 재료의 양도, 불의 세기도 명확하지 않은 옛 기록들 속에서, 조은희 방장은 고조리서를 절대적 기준이 아닌 하나의 영역이자 출발점으로 본다. 전승된 내림음식과 어른들께 배운 감각, 고문헌에서 발굴한 조각들이 함께 온지음의 다양성을 이룬다는 것이다.
해석의 과정은 섬세하다. 없어진 식재료는 비슷한 성질의 것으로 대체하고, 커팅 방식을 달리해 현대적인 미감을 더하며, 담는 기물을 통해 음식의 빛을 달리한다. 이는 방법론의 차이일 뿐 본질의 변형이 아니다. 음식이 가진 뿌리와 정체성은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은희 방장의 원칙 아래, 메뉴의 약 80%~90%는 전통을 철저히 따르고 10%~20% 정도는 서양 기법을 접목해 약간의 재미와 포인트를 더하는 식이다. 경복궁의 고전 건축과 현대 건물이 공존하는 이 자리처럼, 음식 안에서도 과거와 현재는 충돌 없이 균형을 이룬다.
전국 양조장을 누비며 찾아낸 보석 같은 전통주부터 섬세하게 조율된 와인까지, 한식에 최적화된 마리아주를 선보이는 이사라 헤드 소믈리에. 잔을 채우는 탁월한 감각은 물론, 식사 중 오가는 대화와 손님의 작은 몸짓까지 읽어내는 다정한 접객은 온지음에서의 시간을 한층 더 완벽하게 빚어낸다.
비우고 덜어내어 도달한 대미필담의 미학
자극적인 맛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외식 시장에서 온지음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처음 방문한 이들이 디시에서 기대했던 자극이 없어 종종 당황하는 이유다. 그러나 온지음의 요리에는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지는 맛이 있다. 박성배 조리장은 온지음이 고집하는 이 담백함을 역사와 경험에서 찾는다.
말린 토마토 특유의 농축된 풍미와 쫀득한 텍스처가 포슬포슬한 백설기의 질감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토마토 떡.
"조선 선비들의 기록이나 추사 김정희 선생, 서유구 선생의 문장을 봐도 생의 마지막에 가장 좋아하고 귀하게 여겼던 맛은 결국 담백한 채소 요리 같은 것들이었어요. 가장 좋은 맛은 반드시 담백하다는 대미필담(大味必淡)의 미학인 거죠."
꼬들한 복어의 식감과 섬세한 가니쉬가 고소하고 녹진한 깨육수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복어 깨즙탕. 이 한 그릇에는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쏟아낸 지극한 정성과, 몸을 덥히는 든든한 보양의 기운이 깊숙이 깃들어 있다.
이 담백함을 실현하려면 역설적으로 더 까다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맛을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온지음이 직접 장을 담그고, 10년 이상 간수를 뺀 소금을 쓰며, 들기름과 참기름을 직접 짜서 귀하게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공적인 짠맛과 단맛 대신, 좋은 양념과 최소한의 손길로 재료가 가진 날것의 감동을 끌어내는 것. 바깥 레스토랑의 맛과 확연히 구분되는 온지음만의 맛이 있다는 확신은, 자부심을 넘어 이들이 나아가는 방향의 선언과도 같다.
다채로운 오방색 재료가 어우러져 조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탕평채. 직접 짠 맑은 들기름과 10년 이상 간수를 뺀 소금 등 정성으로 빚은 양념을 최소한으로 더해, 식재료 본연의 감동을 온전히 끌어올렸다.
시간이 만드는 맛
장을 담그고, 육수를 우리고, 나물을 숙성시키고, 재료를 발효하는 일들은 모두 지독하리만치 긴 시간을 요구한다. 현대 외식업의 언어로 치환하면 가장 먼저 제거되어야 할 비효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온지음은 그 비효율을 기꺼이 고집한다. 발효를 젓갈·단백질·술 발효 세 갈래로 나눠 전담 연구자를 두고, 각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로 자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 선이 금방 끊기는 가야금을 연주자가 계속 눌러 마음의 소리를 이어가는 것처럼, 양념 하나하나를 끝까지 오롯이 건져내는 정성. 이 공간에서 셰프라는 직함은 창작의 주체보다는 전통의 문법을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스승의 역할에 더 가깝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첫 식감 뒤로 고소하고 달큰한 맛의 층위가 느껴지는 김부각.
두 장인은 한식에서 시간의 의미를 음악에 빗댄다. 음표와 음표 사이의 작은 여백이 감동적인 것처럼, 코스와 코스 사이의 설레는 기다림 안에 한식의 리듬이 있다. 발효가 시간이 있어야 맛이 나오는 것처럼, 한식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먹어야 한식의 진짜 맛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온지음이 비효율을 고집하는 이유다.
온지음은 음식을 담아내는 기물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두 셰프의 섬세한 감각과 작가의 온도가 맞닿아 완성된 기물들은 계절의 변화를 손끝으로도 전한다.
음식이 어떤 그릇에 담기는지는 무엇을 담는지만큼 중요하다. 조선 궁중에서도 여름에는 백자를, 겨울에는 유기와 은그릇을 썼다는 역사적 기록에서 출발해, 온지음도 계절에 따라 그릇을 달리해 손끝으로 계절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온도와 감각이 그릇 안에 남아 음식과 맞을 때 비로소 한 접시가 완성된다. 이 균형의 논리는 전통주와 와인 페어링으로도, 공간과 동선으로도 이어진다. 코스 한 끼가 하나의 정갈한 의식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모든 요소가 동일한 철학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지음의 디시들은 과거의 본질을 잃지 않되 커팅 방식을 달리하고 서양 기법을 변주하며, 한식의 오래된 새로움을 현대적 미감으로 접시에 담아낸다.
한식의 위상, 그리고 온지음의 자리
한식이 세계 미식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조은희 방장은 이 흐름을 국격의 문제로 본다. 나라가 알려져야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문화 안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음식이다. 그 안에서 한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건강이라는 시대적 감각과 맞닿아 있다. 밥과 채소, 발효 중심의 식문화, 재료 본연의 것을 살리려는 조리법이 지금 세계가 원하는 것과 닮아 있다.
박성배 조리장은 한식을 부모의 마음에 빗댄다. 앞에서 강한 맛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조용히 받쳐주는 느낌. 음식이 알려지면 그릇을 만드는 작가들이 알려지고, 농산물과 수산물이 따라가며 결국 하나의 문화가 수출된다. 연구원들이 언젠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키우는 것도, 한식을 세계로 내보내려는 것도, 결국 온지음이 짓고자 하는 것의 같은 결이다.
치열한 외식 업계의 최전선에서 예리한 감각을 단련해 온 정통 현장파 박성배 조리장.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으로 접시 위 미세한 디테일을 꿰뚫어 보며, 온지음의 맛에 완벽한 미학적 결을 더하고 있다.
온전히 짓는 것이 남기는 것
온지음이 한국 미식의 역사에서 어떤 상징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두 사람의 답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리더가 되어 따라오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더 잘 설 수 있도록 그 바탕을 만들어주는 것. 잊혀 가는 반가 음식과 궁중 음식을 이 공간에서 경험하고, 젊은 요리사들이 그것을 더 널리 펼쳐 나가서 한식이 더 알려진다면, 옛 음식과 현대의 음식 사이를 미세하나마 연결한 역할이면 온지음의 몫은 충분하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음식 이수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온지음에서 한식 전통의 올곧은 뼈대를 세워온 조은희 방장. 묵묵히 이어온 그녀의 정성 어린 시간은 '2026년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상'이라는 영예와 맞닿으며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코스의 마지막, 손님들이 문을 나설 때 마음에 하나의 여운이 남는다면 그것이 어떤 형태였으면 하냐는 물음은 네 글자로 다시 돌아왔다.
대미필담(大味必淡). 가장 큰 맛은 반드시 담백하다. 그리고 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첫맛에 맛있는 맛은 싫증 나기 쉽고, 담백한 맛은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경복궁 돌담길, 과거와 현재의 그 경계선에서 온지음은 오늘도 무언가를 온전히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