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영 셰프는 전통 한식의 본질을 뿌리로 세우고, 정교한 레시피와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컨템퍼러리 한식’의 품격과 미학을 국내와 세계 무대에 전하고 있다.
신라호텔 ‘라연’의 요리는 전통의 본질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컨템퍼러리 한식’을 대표한다. 고조리서에 등장하는 궁중 요리, 반가 음식 등 우리 고유의 미식 역사를 풍요롭게 따라잡는 건 물론 제철 재료의 맛과 선조들의 발효 과학을 미각과 후각을 넘어 미학적으로도 풀어낸다. 여기에 하나 더 눈에 띄는 건 화려함보단 정제된 아름다움을 고집한다는 점. 김성일 셰프와 차도영 셰프가 함께 만들어 온 ‘라연’에선 시대를 넘나드는 품격이 다른 다이닝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의 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라연의 내부 인테리어
차도영 셰프는 라연의 오픈 멤버로 합류해 주방을 이끄는 헤드 셰프로서 주방 도면 검토부터 레시피 개발 등을 맡으며 라연의 철학을 끊임없이 다져왔다. 특히 2016년 미쉐린 가이드에 처음 이름을 올린 후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미쉐린 3스타, 2023년부터 현재까지 미쉐린 2스타를 유지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서의 위상을 변함없이 쌓아올리고 있다.
한식 파인 다이닝의 마에스트로
차도영 셰프는 조리학과에 재학 중 ‘팔선(신라호텔 내 중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실습했던 경험을 인연으로, 2005년 신라호텔에 입사했다. 처음엔 양식을 하고 싶어,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인 ‘콘티넨탈’에서 프렌치 테크닉과 제철 식자재에 대한 요리 경험을 쌓았다. 이후 신라호텔 조리 기획부와 뷔페 ‘더 파크뷰’를 거쳐 2013년 라연 오픈 멤버로 지원하게 됐다.
차도영 셰프는 라연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한 자리를 지키며, 세계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컨템퍼러리 한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당시엔 한식 전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거의 전무하던 때였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앞서 한식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고, 한국 음식의 본질을 깊이 탐구해 보고 싶다는 열망에 이같은 도전을 감행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라연을 자신의 뿌리로 삼아 요리, 공간, 기물 하나하나에 그의 손길과 숨을 불어넣어 왔다.
테이블 사이를 나누는 소슬 빗살 무늬를 활용한 파티션은 한국 전통 미감의 정수를 보여 준다.
사실 그를 요리사의 길로 처음 이끈 건 어렸을 때 동생을 위해 만들었던 음식이었다.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동생과 둘이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곤 했었던 수제비, 김치전 등을 기억해 만들어 봤는데 맛이 꽤 괜찮더라고요. 레시피를 따로 배운 적도 없었는데도요. 밀가루 반죽부터 해서 김치를 잘라 넣어 간을 하는 등 이런저런 걸 만들어 보다 자연스럽게 요리의 매력에 빠졌어요.”
또한 라연에서 ‘2025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 수상자이기도 한 김성일 셰프(라연의 디렉터 셰프)는 차도영 셰프가 라연의 미식 철학을 만들어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라연’을 맡아 오신 김성일 셰프님은 38년 간 신라호텔에서 한식만을 요리하시며, 한식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셨어요. 요리는 ‘정직해야 한다’며, 식재료를 대하는 자세, 식재료의 본질을 드러내는 표현에 특히 더 집중하셨죠. 전통 한식을 존중하면서 이와 동시에 세련된 방식으로 재해석한 라연만의 가치를 만들어 가려 애써 오신 것 같습니다.”
차도영 셰프는 역사 깊은 한식의 식재료와 조리법 등을 새롭게 재해석해 격이 다른 컨템퍼러리 궁중 요리를 내놓고 있다.
한편 중식, 양식 등을 거쳐 한식의 세계에 입문한 차도영 셰프는 그간 익혀 온 조리법을 한식에 접목해, 라연 스타일 레시피의 표준화를 이뤄냈다.
“한식의 본질에 집중하되, 양식의 모양새나 조리법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하려고 계속해서 시도해 왔어요. 양식의 표준화된 레시피와 달리 한식에선 ‘한 큰술’, ‘한 꼬집’ 등으로 표현된 게 많아요. 그래서 저는 그간 라연에서 해온 요리의 모든 재료를 하나하나 저울로 재서 수치화했어요. 정확한 레시피를 통해 정교하면서도 동일한 퀄리티와 맛을 지닌 요리가 언제나 체계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한 거죠.”
라연은 신메뉴를 개발할 때 주방 내 모든 셰프가 참여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데, 차도영 셰프는 이를 모두 적극 수용한 다음 라연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또 다른 요리를 탄생시킨다.
“저희는 신메뉴를 개발할 때 주방 내 모든 셰프가 참여하는데요. 한 사람에게 나오는 아이디어엔 한계가 있다고 여겨, 여러 셰프들이 각자 생각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다시 하나로 모아 집약한 다음 유연하게 풀어내는 데 고심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라연의 스타일에 맞게 조정할 수 있을지’, 또한 ‘어떤 셰프든 이 요리를 맡아 능수능란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를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째로 조리 과정 중 표준화하기 어려운 것들은 철저히 배제해요. ‘사시미’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각 개인의 정교한 칼 기술이 필요한 것이니, 실제로 표준화해 레시피를 구현하는 건 어렵죠. 이런 방식으로 라연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구분해 디밸롭합니다.”
요리 위 겹겹이 쌓인 철학과 미학
차도영 셰프가 전개하는 한식은 고조리서를 바탕으로 궁중, 사찰, 종가 요리 등 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요리를 재현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쌓이고 축적한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식 문화를 경험의 장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즉 시대의 층위를 오가는 조화로움을 통해 절제돼 있지만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닌 한식의 미학을 제대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육회와 캐비어의 조합이 돋보이는 ‘환영 음식’에선 전통미와 모던함이 조화를 이룬 라연만의 미감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시그니처 메뉴인 신선로, 갈비찜 등은 한식에서 가장 익숙한 요리 중 하나지만, ‘라연의 요리는 다르다’는 후기와 평가 등이 말해 주듯 가장 좋은 재료로, 온갖 정성을 다해, 디테일이 다른 한식의 맛과 멋, 풍미를 전하고 있다.
“신선로는 귀한 이를 대접할 때 올리는 고급 궁중 요리로, 전통 조리의 깊이를 잘 보여주는 메뉴입니다. 한우, 전복 등 17가지의 재료가 어우러지는 요리로, 각 재료의 맛을 살리면서도 신선로만의 깊이를 드러내려고 했어요. 이를 위해 육수에 가장 큰 공을 들였죠. 예를 들어, 한우 양지 1kg에서 단 1L의 육수만을 엑기스처럼 뽑아냈을 정도로 깊은 맛을 구현해냈어요. 4시간 정도 끓이면, 사실 양지 고기는 흐물흐물해져서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거든요. 즉 고기를 포기하고 진하고 맑은 육수를 끌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이는 거죠. 이 국물에 재료들을 넣고 다시 끓여냈을 때 나오는 ‘진짜’ 묵직한 맛이 있어요.”
라연의 대표 메뉴 ‘갈비찜’은 최상급 한우 갈빗살을 쓰는 건 물론 수삼, 대추, 동고버섯 등을 숙성한 장을 사용해 한식만의 깊이와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갈비찜은 한식 요리 중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각고의 노력을 들이는 최고의 메뉴예요. 많은 고객들에게 ‘이런 질감과 맛은 처음’이란 말을 종종 듣곤 하죠. 한우 갈빗살도 최상급을 썼고, 수삼과 대추, 동고버섯 등을 숙성한 장을 사용해 은은한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어요. 갈비찜을 주로 밥반찬으로 먹는다는 인식과 달리, 라연에선 일품요리로도 먹을 수 있도록 무엇보다 염도를 낮춰 자극과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죠.”
차도영 셰프는 이미 ‘완성’한 레시피라고 해도, 조리법을 조정하고 새로운 디테일을 추가하는 등 궁극의 완성도를 다져 나가는 데 끝없이 최선을 다한다.
라연에선 신메뉴 개발 시 주방 내 셰프들의 시식과 평가를 거치는 한편, 신라호텔 내 다른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와 신라호텔 임원진들의 평가로 마지막 순간까지 미세하게 맛을 조정한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정기 평가 외에도 필요 시 수시로 평가회가 열리는 등 한끗의 차이를 만드는 데 모두들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이미 최종 완성한 레시피라고 해도 조리법을 조금씩 조정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디테일을 더하고 빼면서 궁극의 완성도에 도달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구절판’의 전병은 메밀차를 넣어 숙성시킨 도우를 직접 반죽하면서 은은한 향을 더해 메밀 특유의 풍미를 살리는 한편, 쌈을 만드는 8가지 속재료와의 은은한 조화로움도 놓치지 않았다.
“구절판을 예로 들면, 이미 많은 분들에게 잘 알려진 요리인 만큼 작은 디테일에 더 집중해 더 깊이 있는 맛을 내는 걸 목표로 삼습니다. 구절판은 아홉 칸의 그릇에 서로 다른 색과 맛이 조화를 이뤄 깊은 풍미를 내는 조선시대 대표 궁중 요리인데요. 여기서 전병은 메밀차를 넣어 숙성시킨 도우를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은은한 향을 더하는 등 각 재료를 최상의 맛으로 구현하는 한편 다른 재료의 맛, 향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여러 차례 디테일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조선시대 궁중 요리 스타일을 따라 백봉 오골계 초란으로 만든 수란에 잣죽을 얹어 찐빵과 곁들여 먹는 ‘수란과 발효 찐빵’
차도영 셰프의 요리에선 한국의 사계를 만나는 일 역시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일례로 코스 중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환영 음식(아뮤즈부쉬)’ 냉회 시리즈는 계절마다 바뀌는 남산 풍경에 영감을 받아 디시로 구현하게 됐다. 제철 생선을 주인공으로 철마다 다르게 내는데, 겨울엔 눈 덮인 남산의 설경에서 모티브를 얻어 진도의 물회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미 냉회’를, 봄엔 벚꽃향 살얼음을 가미해 꽃이 만개한 남산의 모습을 표현한 ‘대문짝 넙치 냉회’를 올린 바 있다.
한국, 한식, 전통의 숨결을 그대로 살리는 것
라연에 들어서면 식기부터 메뉴 플레이팅, 소슬 빗살 무늬를 활용한 인테리어,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한데 어우러지며 한식 문화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향유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경험은 한식의 예와 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시대를 거스르는 우리 고유의 멋에 빠져들게 만든다.
라연에선 창 밖으로 펼쳐지는 사계절 남산의 풍광과 함께 한식 문화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향유할 수 있다.
“해외 고객들에게는 한식의 맛뿐 아니라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려 해요. 이를 위해 별도로 준비한 메뉴 카드에 각 요리의 유래와 의미를 상세히 적어 설명하고 있는데요. 또 이 메뉴 카드는 식사 후 기념으로 가져가실 수 있게 하는데, 많은 해외 고객들이 소장하는 재미를 누리시면서 또 즐거워하세요.”
한편 라연에선 포크와 나이프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인의 방문이 잦은 라연의 손님군을 생각하면 이 부분이 다소 의아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이들이 추구하는 전통 한식의 결에 맞춘 고집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손님들에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게 하면 플레이팅이 다양해지고 메뉴의 폭도 넓어질 수 있지만, 라연의 테이블에선 숟가락과 젓가락만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한국 식문화의 기본을 전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해외 고객이 오면 포크와 나이프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면 플레이팅도 다양하게 할 수 있고, 메뉴의 폭도 더 넓어질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한식의 문화잖아요. 해외 고객들도 한국적인 것을 즐기고 싶어해 이젠 이러한 도구의 사용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고, 포크와 나이프를 별도로 요청하는 분들도 거의 없어요.”
컨템퍼러리 한식을 세계로 이끄는 리더
차도영 셰프의 영감은 대개 일상에서 취하는 휴식에서 온다. 체력을 쌓으려 수영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가족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거나 새로운 식재료를 찾으려 시장에서 활기 넘치는 시간을 보내며 긍정 에너지를 충전하곤 한다.
차도영 셰프는 한식 파인 다이닝의 길을 걷기 이전에 중식과 양식을 경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식에서도 궁중, 반가, 사찰 요리 등을 두루 섭렵해 라연만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그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곳에서 한식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며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일례로 2018년부터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라 리스트(La Liste)’ 칵테일 리셉션에 한국 대표로 참여해, 라 리스트의 요청에 따라 ‘한국적 전통미’를 살린 메뉴를 내는 데 많은 공을 들여 왔다. 2018년엔 ‘발효’를 주제로 가지 된장 구이, 갈비찜, 호두 곶감 말이를 선보였으며, 2019년엔 새우 잣 수란, 게살 된장 멸쌈 말이, 소고기 김치 녹두전, 하회탈 초콜릿, 쌀 푸딩 등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라연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전통 궁중 요리인 ‘구절판’도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 이력이 있다.
이뿐 아니라 차도영 셰프는 한식의 저변을 넓히고, 한국 식문화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이는 다이닝 협업에도 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4일, 25일엔 정관 스님과 함께 ‘포핸즈 갈라 디너’를 준비하며,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조리법을 전파하는 정관 스님의 철학을 깊이 배우기도 했다. 더불어 식재료에 대한 경외를 중심에 세운 조리법, 사찰 음식 스타일로 재해석한 한식 등에 크게 영감을 받으며 그만의 미식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힐 수 있었다.
라연의 디시들은 순백색 자기를 기본으로 전통적인 절제미에서 영감을 받은 듯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팅이 돋보인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이 함께 합을 맞춘 디너에선 라연의 메뉴 흐름 속에 사찰 음식 특유의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식과 계절감, 불필요한 요소를 비워내는 균형감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일례로 라연의 시그니처 메뉴 ‘신선로’는 육류와 생선류, 난류를 빼고 고사리, 버섯 등을 더해 맛과 향을 더했고, ‘뿌리채소 냉채’는 라연의 뿌리채소 봄나물 샐러드 레시피에 정관 스님의 나물을 넣은 강된장 소스인 빡빡장을 더해, 자연의 풍미와 절제의 미학이 한 접시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디시를 완성했다.
“신라호텔에 있는 다른 업장인 아리아께, 팔선과도 메뉴 평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기법이나 재료 손질법 등을 배우거든요. 다이닝 업계 내 여타 한식 레스토랑과의 콜라보도 의미가 있고, 프렌치나 이탤리언 등 다른 장르의 레스토랑과 만났을 때도 시너지가 있다고 봐요. 사실 저는 늘 ‘미쉐린 가이드’나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등에서 순위권에 있는 다양한 레스토랑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실력 있는 해외 레스토랑들과도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고 싶고, 특히 서로 다른 식재료와 발효 문화를 주제로 의미 있는 콜라보를 시도해 보고 싶어요.”
신라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라연으로 향하는 통로를 따라가면, 한국 전통 건축에서 나타나는 기둥의 미감이 엿보인다.
라연은 미쉐린 가이드, 라 리스트 등에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며 한식의 격을 높이 세우고 있다. 누군가는 과거부터 쌓아온 당연한 결과라고 여길 수 있지만, 차도영 셰프를 비롯해 라연의 열여섯 명의 셰프는 전통 한식의 연구자이자 개발자로서 지독하고 치열하게 탐구의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
“라연이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서 정체되지 않고 발전해 나가길 원합니다. 과거 선조들이 즐겼던 전통 한식을 새롭게 풀어내 현대인들이 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세련된 형태의 한식으로 다져 나가는 일을 지속시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한국 음식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국내외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한식이 세계 미식 문화 속에서 더욱더 의미있는 위치를 갖게 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한식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 중인 차도영 셰프
마지막으로 쉽지 않은 길이지만, 한식 파인 다이닝 셰프를 꿈꾸는 후배들을 향한 차도영 셰프의 목소리엔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디시 하나, 하나도 단숨에 완성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재료를 공부하고 레시피를 익히고 끊임없이 연구하며, 크고 작은 시도를 거친 무한대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요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한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집에서 한식을 먹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누구나 한식 전문가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더 깊이 있는 연구와 경험이 필요하고, 꾸준히 탐구하는 자세도 매우 중요합니다. 외국인에겐 전통 한식의 매력을 어필하면서, 한국인에겐 창의적인 한식을 내놓을 수 있다면 어느 누구든 세계적인 한식 셰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연은 2026년에도 라 리스트에 오른 건 물론 미쉐린 2스타 역시 사수하며, 라연만의 ‘컨템퍼러리 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한식의 길 위에서 전통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미식 철학을 성실히 연마해 나가고 있는 차도영 셰프. 하나의 디시에서 시작해 정성으로 더해진 한 상을 차려내는 그의 올곧으면서도 단단한 생각이 라연의 예와 격을 탄탄히 쌓아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