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민 셰프는 프렌치 테크닉을 기반으로 사계절의 미학을 살려 코리안 프렌치 퀴진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레스토랑 알렌(Restaurant Allen)’의 미식은 눈앞에 펼쳐지는 제철 식재료의 향연을 필두로 정교하고 사려 깊은 서비스, 한계 없는 페어링으로 예술 작품을 보듯 오감을 극대화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서 서현민 셰프는 작품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가처럼 자신의 철학을 표현한 ‘코리안 프렌치 퀴진’을 독보적인 방식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사계절이 담긴 식재료로 코리안 프렌치 퀴진의 독보적인 방향을 만들어 가고 있는 ‘레스토랑 알렌’
그는 또한 미쉐린 3스타 ‘일레븐 메디슨 파크(EMP)’ 등을 거쳤고, 국내에선 2018년 ‘임프레션(L’impression)’의 오픈 멤버로 합류해 매장을 오픈한 첫 해에 미쉐린 2스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자신의 영어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알렌’의 오너 셰프로 활약하며, 올해도 미쉐린 2스타를 지켜내면서 유연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코리안 프렌치 컨템퍼러리의 길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을 때만 해도 서현민 셰프의 인생에 요리는 없었다. 네바다주립대학교 라스베이거스(UNLV,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에서 호스피탈리티 경영학도였던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했던 ‘오사카 재패니즈 비스트로(Osaka Japanese Bistro)’에서 요리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됐다.
빈 접시를 치우고 서버들을 어시스트하던 중 주방의 셰프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리곤 무작정 주방에서 일하고 싶다고 두 달여를 간곡히 부탁한 끝에 마침내 주방에 입성해 일할 수 있었다. 하루 14시간이 넘도록 학업과 일을 병행했고 무급에 가깝게 돈을 받았었지만, 현실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요리에 점점 빠져들었다.
모든 디시에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터치를 더해 완성도를 높이는 서현민 셰프
“처음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놨는데, 손님이 좋아하는 걸 봤어요. 스파크가 튀었다고나 할까요? 아버님이 손재주가 좋으신 편인데 제가 그 부분을 조금 이어받았는지, 주방에서 일을 돕다 보니 모든 일이 손에 빨리 익고 결과물도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점점 더 요리를 잘하고 싶단 욕심이 생겼어요.”
이후 그는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당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이었던 ‘스시 란(Sushi Ran)’과 미쉐린 2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던 ‘사이러스(Cyrus)’를 거쳤다. 또 제대로 일식을 다시 배워 보려 일본에 잠시 다녀오기도 했었지만, 미국 영주권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일본행을 포기한 후 프렌치 퀴진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
무엇보다 프렌치에 대한 장르적 관심에 앞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프렌치 요리 문화를 진정성 있게 배우고 싶다는 목마름이 앞섰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일식과는 또 다른, 프렌치 퀴진의 식재료부터 찾고 알아보며 공부해 나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엔 레스토랑과 연계한 농장에 들러 야채와 허브를 직접 돌보기도 했고, 정육점을 찾아가 고기 해체 등을 눈 앞에서 직접 보고 배우며 부위별 정보와 지식을 체득했다.
‘알렌’의 주방에선 재료 본연의 형태와 맛을 완벽하게 이해해 완성도 높은 요리를 완성해낸다.
“팀원들에게 항상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양파’를 사용하고 싶으면, ‘양파’를 알아야 한다고요. 당연한 말이지만 기본적인 걸 이해하지 못하면 변형 자체가 되지 않는 거예요. 재료를 가만히 바라보고, 그냥 먹어도 보고. 데치거나 굽는 등 이것저것 조리도 해 봐요. 식재료의 성질을 완벽히 이해해야 양념을 할지, 어떻게 코스에 녹여낼지 비로소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죠. 정말 쉬는 날 없이 일했지만 알아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미국에서 일식과 프렌치를 차례로 경험하며, 본인만의 ‘코리안 프렌치 퀴진’의 정의를 새롭게 쓰고 있는 서현민 셰프
시간이 흘러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뉴욕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일레븐 메디슨 파크(이하, EMP)’로 향했다. 여기선 요리에 대한 기술적 테크닉 외에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시스템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스템을 구축하고 팀원들을 하나의 목표로 이끌어 가는 다니엘 흄(Daniel Humm) 셰프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리고 두 셰프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제철 식재료와 프렌치 기법, 서현민 셰프의 섬세한 터치로 완성된 디시들
“다니엘 흄 셰프님을 저는 파이어니어(pioneer, 개척자)라고 생각해요. 요리 잘하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 EMP엔 20개국 출신의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주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대로 이끌었어요. 한다면 하는 분이고, 그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내기도 했었죠. 그분과 기억에 남는 일화가 많은데, 한 번은 매니저 미팅 때 ‘예전엔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하고만 일하고 싶었는데, 이젠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면서 얻는 시너지가 많다’고 이야길 하시더군요. 지금 ‘알렌’에도 외국인 직원들이 많은데, 생각하는 거나 문화는 다르지만 서로에게 좋은 자극과 긍정적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한국의 사계와 프렌치 장인이 만드는 시간의 예술
서현민 셰프는 미국에서 17년 간 생활하다 한국에 돌아와 ‘임프레션’의 오픈 멤버이자 총괄 셰프로 합류했다. 당초 파리행을 계획했었지만, 자신에게 직접 들어온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투자 제안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곤 그때부터 맡은 ‘임프레션’을 오픈한 첫 해에 미쉐린 2스타 자리에 올려 놓았다. 이후 독보적인 성장세와 함께 언론과 다이닝 업계의 주목을 한번에 받았었지만, 이와 동시에 코로나19가 터졌고 경영진과 운영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있었다. 결국 그는 이를 계기로 임프레션을 떠나게 됐다.
‘여섯 가지 한입’을 주제로 계절적 맥락을 담은 아뮤즈 부쉬. 사과, 북방조개, 순무, 캐비어, 트러플, 푸아그라, 굴 등의 재료를 사용해 각각의 오브제처럼 요리별 디테일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윽고 2021년 서현민 셰프는 자신의 영어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알렌’을 오픈했다. 물론 시작이 순조롭진 않았다. 이듬해 바로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었지만, 해외파였던 탓에 한국 실정을 명확히 잘 몰랐고 법무, 세무 등 운영의 어려움도 있었다. 매출 역시 안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정교한 테크닉과 요리에 대해 깊은 이해를 더한 그만의 장르로 정면승부했고,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바로 다음 해인 2024년 미쉐린 2스타를 얻었다. 그리고 이 자리를 지금까지 지켜내고 있다.
사실 오늘의 명성을 그가 하루 아침에 일궈낸 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미식 철학이 깊어질수록 알렌의 격을 한 차원 더 승화시켜왔다. 일례로 알렌은 한국의 사계를 그대로 옮긴 코스 구성과 디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알렌의 코스 구성을 살펴보면 한 가지 재료를 반복해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각 재료를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의미 있게 디시로 내놓는다.
“먼저 제철 채소, 해산물, 육류를 리스트에 다 써 봐요. 한국에 없는 게 있을 수도 있어서 수급이 가능한지를 또 살피죠. 요즘은 기후 변화로 제때 재료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 다음엔 조합을 해 봐요. 저는 한 가지 재료를 코스에서 반복해 쓰지 않고, 각 재료가 가장 돋보이게 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요. 여기서 셰프의 디테일과 표현법이 드러나는 거죠.”
브레이즈한 전복과 숯불에 구운 표고버섯에 남원 추어미를 곁들였고, 해산물 베이스 소스로 다양한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앞서 언급했듯, 알렌에선 한국의 제철 재료와 프렌치 테크닉을 결합한 ‘코리안 프렌치 컨템퍼러리’를 선보인다. 서현민 셰프는 이미 ‘임프레션’에서 한식과 프렌치를 결합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지만, 알렌에선 두 장르 특유의 개성보단 자연스러운 조화에 집중한 요리를 내놓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된장에 절인 아귀에 잘게 다진 미나리를 얹고 뵈르블랑 소스를 더해 부드럽게 마무리했다.
“도쿄에 갔을 때 조금 놀랐던 게 ‘프렌치 재패니즈’가 굉장히 발달했다는 거였어요. 너무 세련돼 보였죠. 이전엔 외국인 손님들을 생각해 한식 요소를 어떻게 더할지 염두에 둔 게 많았는데, 이런 욕심을 덜어내니 오히려 한국의 제철 재료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이때부터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조리법으로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저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 오롯이 집중했어요.”
사과 타탕과 사과 아이스크림을 더해 메인 재료인 ‘사과’의 산미와 단맛의 조화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디저트
셰프의 영감을 터뜨리는 한잔의 순간
서현민 셰프는 와인을 좋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와인 학교(International Sommelier Guild)’를 다녔고, 일식에 대한 경험으로 사케에도 조예가 깊으며, 레스토랑과 함께 샴페인 전문 수입사인 ‘벨아미 서울(Belle Amie Seoul)’을 공동 운영할 만큼 누구보다 페어링에 진심이기도 하다. 또한 평소 쉬는 날이나 잠깐 휴식을 취할 때도 술은 일상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편이다.
직접 와인을 공부하고 샴페인을 수입할 뿐 아니라, 사케에도 조예가 깊은 서현민 셰프의 경험 덕분에 ‘알렌’의 페어링은 조금 더 입체적이고 신뢰도가 높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 페어링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렌치를 이야기할 땐 와인이 빠질 수 없거든요. ‘1+1=2’가 아니라, ‘1+1=10’의 행복이 더해질 수 있다고 봐요. 특히 고객 분들이 페어링이 좋았다고 말해 주시면 괜히 더 뿌듯하더라고요.”
실제로 알렌엔 바 매니저를 포함 소믈리에만 4명이 근무하고 있어, 술이나 페어링에 관심 많은 고객이라면 이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이렇듯 서현민 셰프는 술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알렌의 페어링을 여타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보다 더 세밀하고 치밀하게 기획하고 관리한다.
전체적으로 정제된 톤을 유지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감으로 포인트를 준 ‘알렌’의 공간 인테리어
“소믈리에끼리 쓰는 언어가 있는데, 저도 이들의 용어를 완벽히 이해해야 바로 대화가 되고 편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어울릴 것 같은데, ‘상세르(Sancerre, 프랑스 와인 산지)’가 좋을까? 뉴질랜드 거가 좋을까?’ 하고 질문했을 때, 따로 설명 없이 바로 이해가 되는 거죠. 저희는 보통 페어링 음료를 고를 때 기본적으로 한 코스당 3~4가지 와인을 준비해 음식과의 조합 그리고 앞뒤 페어링 와인과의 흐름 등을 고려해 한 번 더 테이스팅 과정을 거친 다음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적으로 고객의 테이블에 올릴 와인 라인업을 결정해요. 와인과 샴페인 외에 사케도 리스트에 항상 넣는 편입니다.”
또한 서현민 셰프는 올해부터 프리미엄 사케 브랜드 ‘닷사이(Dassai)’ 앰버서더로도 임명돼 활동할 만큼 주류 업계와의 관계도 깊다. 이뿐 아니라 알렌의 공간 입구엔 와인 바 컨티뉴엄(CONTINUUM)을 별도의 섹션으로 운영하고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좋은 와인들을 마시러 올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심지어 그는 앞서 언급했듯 샴페인 수입사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음료에 진심인 만큼 샴페인까지 직접 수입하고 취급한다는 사실이 크게 놀랍진 않은데, 혹여 레스토랑과는 다른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는 데에 어려움은 없을까.
서현민 셰프가 술에 조예가 깊고, 페어링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알렌’에선 여러 종류의 주류를 만나 볼 수 있다.
“샴페인이 저한텐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제가 미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셰프님들이 축하할 일이 있을 때면 샴페인을 마셨거든요. 가격도 가격이고,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고, 공부할수록 어려운 것도 있었죠. 그런데 샴페인 시장이 모엣샹동(Moët & Chandon), 돔페리뇽(Dom Pérignon), 크룩(Krug) 외에 소규모 아르티장(artisan) 샴페인 시장도 넓고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 번은 아르티장 샴페인 생산자를 개인적으로 만나 볼 기회가 있었는데, 샴페인의 품질도 물론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장인 정신에 크게 감명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때부터 알렌에선 생산자 분을 초청해 갈라 디너도 하고, 샴페인 룸도 만들어 샴페인 문화를 자유로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음료에 따라 다양하게 마련돼 있는 페어링 글라스
그렇다면 알렌의 샴페인 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샴페인은 무엇일까.
“자끄 셀로스(Jacques Selosse)요. 아비즈(Avize, 프랑스 상파뉴의 코트 데 블랑 하위 지역에 위치한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소규모로 시작해, 이젠 세계적인 스타가 됐죠. 자끄 셀로스를 탑티어 반열에 올려 놓은 샴페인 메이커인 ‘앙셀름 셀로스(Anselme Selosse)’는 이젠 전설적인 생산자가 되었고요. 그의 샴페인은 떼루아를 강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면서, 산화적 뉘앙스, 독특한 숙성감으로 캐릭터가 강하고 뛰어난 샴페인을 만들어요. 페어링하기엔 소금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짠 맛을 증폭시킬 수 있는 거면 뭐든 좋을 거 같아요. 가염된 감자칩이나 치즈도 괜찮고요.”
레스토랑 알렌은 국적과 장르를 뛰어넘는 요리와 페어링의 조화로움을 극대화한다.
예술과 요리 사이의 접점 그리고 셰프의 삶
주방 옆에 자리한 서현민 셰프의 사무실에 가면 벽면 한편이 피카소, 바스키아 등 예술가들의 엽서로 빼곡히 차 있다. 그는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바탕으로 메뉴 개발 등의 창의성이 필요할 때면 유독 예술가들을 더 찾게 된다고 했다. 뱅크시, 바스키아 등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디시로 옮겨 보기도 했고, 각 작품의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이들의 영감과 표현 방법, 제목까지 함께 깊이 살펴보기도 했다.
미쉐린 가이드 캐릭터 피규어와 레고 등 다양한 소품으로 가득한 서현민 셰프의 사무실은 영감과 즐거운 자극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뿐이 아니다. 그에겐 철학이 맞는 예술가들과의 만남만큼이나 결이 맞는 셰프들과의 교류 역시 중요하다. 매해 다양한 국적의 셰프들과 콜라보를 진행하는데, 그중 프렌치 베이스 셰프들을 만날 때면 이들이 제철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보는 것에도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프렌치 퀴진을 구현하는 데 있어 한국의 식재료는 새로운 조화로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2025년 여름에 함께한 싱가포르 미쉐린 2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생피에르(Saint Pierre)’의 엠마누엘 스트루반트(Emmanuel Stroobant) 셰프다. 이 콜라보는 지인이었던 싱가포르 미식가의 제안으로 진행하게 됐는데, 두 사람 모두 싱가포르와 한국의 제철 재료를 프렌치로 어떻게 녹여낼지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또한 평소 갖고 있던 요리 철학 등이 비슷해서였는지 사전에 특별히 조율하고 협의한 것이 없었음에도 합이 잘 맞아 유독 잘 진행했었던 행사로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한편 서현민 셰프는 국내외 많은 셰프들과 함께 한국 컴패션(Compassion)의 ‘테이블 포 올(Table For All)’ 자선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처음 나서게 된 건, 어느 날 모수 안성재 셰프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미국엔 셰프들 주도로 진행하는 자선 행사가 많은데 국내엔 딱히 이런 것들이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죠. 그리곤 ‘우리가 한 번 시작해 보자!’라고 했던 게 벌써 5년이나 됐네요. 실상 기획과 운영이 쉽지는 않은데, 이 행사를 통해 동료 셰프님들을 비롯 다이닝 업계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어느 정도 열릴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낍니다.”
레스토랑 알렌과 서현민 셰프는 언제나 고객과 요리를 진중한 태도로 맞이하고 있다.
주변과 세상을 향하는 눈길 사이에서도 여전히 그의 눈은 알렌과 다이닝 업계를 향해 있다.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셰프와 파인 다이닝에 대한 인식이 넓어져 기쁜 반면, 후배 셰프들이 TV 속 화려한 모습에 더 집중해 요리보단 셰프로서의 유명세를 꿈꾸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2021년 11월 오픈 후 첫 해인 2023년에 미쉐린 1스타, 2024년부터 미쉐린 2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레스토랑 알렌’
한편 서현민 셰프는 지난 3월 5일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2026’에서도 여전히 미쉐린 2스타를 유지했다. 가는 곳마다 미쉐린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서현민 셰프에게 다음 목표를 묻고 싶어졌다.
“3스타는 제 꿈이지만 목표로 두진 않아요. 다만 저 스스로 해이해지거나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매 순간 고객의 경험을 최고치로 만드는 데만 집중하려고 해요. 팀원들에게도 이야기해요. ‘만약 너라면 이 요리와 이 서비스에 이만한 가격을 줄 수 있겠느냐?’라고. 저뿐만 아니라 저희 팀원들 모두 최상의 서비스와 요리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거예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겠지만, 본질을 잊어선 결코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