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이 사업 성공과 ‘미쉐린 가이드’ 단골 등극 영광으로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은 좁은 골목길에 단층의 전통 가옥이 잘 보존돼 있는 지역이다. 전통미가 있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한복을 입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이다. 나지막한 찻집과 한식당이 손님 맞이를 위해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내뿜는 곳이다. 이곳에 ‘미쉐린 가이드’에 여러 번 손꼽힌 한식당 ‘꽃,밥에피다’도 자리한다. ‘꽃,밥에피다’는 올해를 기준으로 ‘미쉐린 가이드’가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수여하는 빕 구르망에 7회 연속, 지속 가능한 요리 철학을 실천하는 친환경 레스토랑에 부여하는 그린 스타에 4회 연속으로 선정됐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꽃,밥에피다’의 외관.
‘꽃,밥에피다’는 지역 농산물이나 유기농 식재료를 최대한 사용한 전통 한식을 제공한다. 그래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아 예약하고 방문하길 추천한다. 레스토랑의 공간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문을 열면 머리 위로 나무 기둥이 보이는 천장과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이 보인다. 복도 한쪽엔 갓 들어온 채소와 직접 담근 장독이 놓여 있다. 다른 고급 식당과 달리 오랜 친구와 만날 때 느껴지는 친근한 느낌을 준다.
대표 메뉴는 현지의 채소로 만든 비빔밥이다. 일반 메뉴와 비건(채식주의자) 메뉴를 함께 준비했다. 레스토랑 운영자이자 셰프인 송정은씨는 현지 식재료 사용과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중시한다. 이러한 신념으로 만들어진 요리는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 건강과 환경에도 이로울 거다.
신토불이와 모성애
전통 한식과 엄선한 현지 식재료, 이 모든 건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송 셰프는 개인적인 사연을 바탕으로 ‘꽃,밥에피다’의 채식 중심의 메뉴를 구성했다. 자녀들이 심한 아토피로 고생을 했는데 원인이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송 셰프는 유기농, 친환경 식자재와 채식을 중심으로 아이의 식단을 재구성했다. 이런 식탁의 변화 덕분에 자녀가 아토피 증상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이를 계기로 친환경 농산물과 건강한 식재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러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요리에 뛰어들었다.
건강한 식탁을 만든 덕분에 아이는 건강한 20대 청년으로 자랐고 사업도 번성했다. 두 가지 바라던 목표를 한번에 이룰 수 있게 된 거다.
한식 중심의 메뉴들
송 셰프는 전통 한식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내놓았다. 메뉴판에 지도를 그려 요리에 사용하는 농산물의 원산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국산 농산물에 지식이 없는 외국인 관광객도 ‘꽃,밥에피다’에서 따뜻한 한끼를 먹으면 한국의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그 특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한식을 향한 애정은 집밥을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한식을 세계에 꽃피우게 했다.
‘꽃,밥에피다’는 메뉴판에 지도를 그려 식재료의 원산지 정보를 제공한다.
송 셰프는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라는 요리 철학을 바탕으로 일한다. 이 말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몸과 마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친환경 쌀과 과일, 유기농 채소만을 사용해 식당을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재료에 전통 기법으로 발효한 여러 장류를 활용한 요리를 고집한다. 콩을 발효해 만드는 장은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감칠맛을 낸다. 신선한 채소와 조화를 이뤄 깊은 맛을 자아낸다. ‘꽃,밥에피다’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간장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기름도 협력하는 생산자에게 직접 공급받는다.
비빔밥의 놀라운 맛
대표 요리는 ‘눈개승마 나물밥’이다. 소고기 맛이 난다고 해서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눈개승마 나물을 따뜻한 밥에 얹어 만드는 요리다. 나물을 삶아 직접 만든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들기름과 참기름에 무친다. 이렇게 비벼 먹으면 채소의 맛이 도드라지는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눈개승마 나물밥’.
이 레스토랑은 웹사이트를 통해 가수 마이클 잭슨이 생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즐기던 음식이라 ‘마이클 잭슨 비빔밥’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표 메뉴는 ‘보자기 비빔밥’이다. 이 요리는 버섯과 나물 고명 6가지를 얹은 유기농 현미밥을 유정란으로 만든 노란색 계란 지단에 싸서 만드는 비빔밥이다. 그 위를 김으로 띠를 두르고 먹는 꽃으로 장식해 완성한다. 계란 보자기를 열고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레스토랑은 계란 보자기를 찢어 비빔밥을 김밥처럼 감싸 먹으면 좋다고 밝혔다. 이 비빔밥은 현재를 기준으로 점심 식사 시간에만 준비된다.
이밖에 제철 재료를 써서 계절별로 달라지는 계절 샐러드와 전남 장흥에서 키운 유기농 한우로 만드는 한우구이와 떡불고기도 인기다.
말린 사과와 식용 꽃으로 장식한 ‘유기농 단호박 식혜’.
‘꽃,밥에피다’는 직접 만든 쌀누룩과 제철 과일, 채소로 만든 발효 음료를 제공한다. 전국 각지를 원산지로 하는 탁주와 약주, 청주, 증류식 소주, 수제 맥주가 있다. 후식으로는 ‘유기농 꽃차’와 ‘유기농 단호박 식혜’, ‘유기농 커피’를 판매한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를 판매한다. 이곳은 1926년에 탄생한 막걸리 양조장인 강릉합동양조장이 전신인데 문을 닫았다가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인수하면서 2015년에 수제 맥주 양조장으로 거듭났다. 막걸리 양조장이었던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백미를 사용한 맥주도 내놓는다.
이 레스토랑의 고집
‘꽃,밥에피다’는 지역 유기농 재료로 요리하는 것을 넘어 2016년부터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류하는 행사를 열고 같은 철학을 가진 생산자를 지원했다. 레스토랑은 홈페이지에 ‘약속’이라며 까다로워 보이는 자신들만의 기준을 제시했다. ‘자연재배’, ‘제철’, ‘국산 재료’, ‘우리밀’, ‘유기농’, ‘전통장’, ‘아름다운’, ‘동물복지’, ‘재료본연의 맛’, ‘비건’, ‘합성첨가물 무첨가’, ‘비유전자변형 식품(Non-GMO)’, ‘전통 재료’, ‘건강한’.
레스토랑은 모든 요리에 지역의 특성을 불어넣고 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조미료가 필요 없다’는 철학을 요리로 실현한다. 나아가 생산자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지역 농산물을 지키려고 한다. 성과와 찬사는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고집하면서 얻은 부수적인 결과일 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