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타들이 사랑하는 와인바를 찾아가 봤다.
한국 정부는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를 중국 ‘파오차이(泡菜)’, 일본 ‘츠케모노(漬物)’와 구분해 ‘신치(辛奇)’라고 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개정할 때 논란인 부분을 정리했다. 또 정부는 김치가 상온 발효 식품인 파오차이와 달리 저온 발효 식품이라고 구분했다. 2013년 김장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린 이래로 김치를 고급 식재료로 끌어올리려고 했다.
그렇다면 전통 발효 식품을 젊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방법은 뭘까. 이 질문에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김치 와인바 ‘온6.5’가 나름의 답을 제시했다. 와인바는 2022년 9월에 정식 개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를 얻었다. 여긴 KBS 다큐멘터리 ‘K-푸드쇼 맛의 나라’ 중 ‘김치의 나라’ 편에 등장했을 뿐 아니라 배우 송혜교와 톱가수 지드래곤, 방탄소년단(BTS) 멤버도 인증 사진을 남긴 곳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김치에 새로운 조리법을 접목해 단기간에 유명한 맛집으로 자리 잡은 ‘온6.5’를 직접 방문해 인기 비결을 알아봤다.
세계 최초 김치 와인바가 글로벌 스타를 끌어모으는 비법은 무엇일까?
김치에 새로운 이미지 더하기
‘온6.5’는 가게 이름을 왜 ‘온6.5’로 지었을까. 사실 가게 이름에도 김치에 관한 이들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 가게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소개를 통해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는 온도는 6.5도로 모든 김치를 맛있게 제공하겠다는 브랜드의 이념을 담아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온6.5’는 ‘색다른 김치의 모색’이라는 자신들만의 슬로건 아래 김치의 발효 정신을 유지하는 전통 한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김치를 응용한 다양한 퓨전요리를 제공한다. 손님들이 편안한 공간에서 새로운 차원의 김치 요리를 맛볼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를 바탕으로 운영한다.
주류론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샴페인, 내추럴와인(화학적 첨가 없이 발효한 와인), 전통 막걸리를 준비했다. 주류는 한 병 이상을 주문해야 하며 혼자서도 매장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맞춤 제작한 도자기 식기를 사용해 전통적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현대적 느낌도 풍기도록 꾸몄다.
‘온6.5’는 식사하기 전에 환영주로 무알코올 음료 한 병을 제공한다.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레스토랑 출신인 이정수 셰프와 한식 명인인 이승미 셰프는 김치 요리가 술자리 안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또 세계에도 통하는 현대적 음식이라고 믿는다. 애피타이저로는 김치 감자칩과 웰컴주(환영주)인 무알코올 음료를 제공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조선시대에 귀빈을 접대하는 의식을 참고했기 때문이다. 메뉴는 한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식이고 단품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그다음 살펴볼 음식은 ‘호박국수’다. 애호박을 얇게 썰어 만든 호박에 하몬(햄)과 김치를 더한 특별 조합이다. 식재료가 접시 위에 꽃을 피운 듯 보인다. 애호박 절임과 바질, 오이김치가 달콤하고 상큼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더해주고 하몬의 짠맛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선사한다.
하몬햄과 김치, 얇게 썬 애호박 조합에 각종 소스를 더해서 만든 호박국수.
대표 요리: K-몽블랑 ‘김치튀김’
몽블랑(원래 의미는 ‘하얀 산봉우리’)은 최근 디저트 업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기법 중 하나다. 디저트 위에 밤 크림을 짜내는 전용 도구를 사용해 산 모양으로 음식 위에 얹는 기법이다. 디저트에 산 모양으로 크림이 얹혀 있으니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K-몽블랑 ‘김치튀김’.
‘김치튀김’은 ‘온6.5’를 대표하는 메뉴다. 앞서 설명한 몽블랑 기법으로 만든 김치 요리다. K-몽블랑 김치튀김이란 말에서 ‘K’는 김치(Kimchi)와 함께 한국(Korea)을 의미한다. 한국의 식재료와 현대적 기법의 조화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새우를 백김치에 말아서 튀겨 자른 다음에 그 위에 차가운 동치미 사워크림을 올린다. ‘김치튀김’은 우유 향과 산미가 더해진 시원한 K-몽블랑 소스와 최적의 조화를 이룬다.
한국 보쌈의 대변신: ‘배추쌈’
‘배추쌈’은 손바닥만 한 삶은 배춧잎에 와인에 졸인 다진 돼지고기와 볶은 마카로니, 장김치를 올리고 만두처럼 감싸 만드는 요리다. 이렇게 만든 음식을 소고기 육수를 진하게 끓여 만든 간장 소스에 반 정도 담가 완성한다. 겉에 배추와 속에 있는 재료, 간장 소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재미있는 식감과 섬세하고 다양한 맛을 자아낸다. 이건 고기를 채소에 싸서 먹는 보쌈의 영향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퓨전요리다.
‘온6.5’의 ‘배추쌈’.
보쌈김치. 사진: 코리아넷 제공.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한걸음
‘온6.5’가 쓰는 식기는 전통미를 보여주는 특별 장치다. 소박한 질감의 도자기는 젊은 도예가 연호경씨가 와인바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했다. 접시엔 한국에서 만들었다는 뜻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와 김치를 잘 안다는 뜻의 ‘위 노 김치(We Know Kimchi)’가 적혀 있다. 요리사의 자신감을 느끼게 해준다. 두 손으로 음식을 받드는 그림도 있다. 손으로 만든 김치가 맛있다는 의미다. 병도 한국 작가 작품이다.
‘김치의 나라’ 2부의 후반부에는 ‘온6.5’가 등장하는데 이 와인바의 중심인 이 셰프는 인터뷰 중에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활용하면 외국에서도 쉽게 김치에 접근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외국 채소로 김치를 담그는) 시도를 한번 해봤다”라고 설명했다. 이 셰프는 우리가 익히 쓰는 배추와 무를 넘어 아스파라거스와 오크라, 라디치오, 바질로도 낯선 김치를 담가 테이블에 내놓는다.
‘온6.5’는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국경을 초월한 창의적 맛을 만든다. 또 이들만의 방식으로 김치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