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식 도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부산이 찾아야 할 ‘로컬’의 경쟁력
2026-10-28

세계적인 셰프들이 다시 지역의 식재료와 음식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만의 맛은 어떻게 세계인을 움직이는 미식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부산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미식 포럼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10월 27일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2026 글로벌 미식 포럼(Global Gastronomy Forum 2026)’이 열렸다. 부산광역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미식의 대전환: 왜 로컬인가’를 주제로 열렸고, 국내외 셰프와 미식 전문가, 관광·외식업계 관계자, 조리학과 학생 등 약 200명이 참여했다.

오늘날 로컬은 지역 식재료를 사용을 넘어 자연환경, 식문화의 역사와 조리 기술, 생산자와 셰프의 관계, 인재와 관광 인프라까지 아우른다. 부산이 고민할 지점도 지역의 맛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행자가 그 맛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 접시의 완성도뿐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온 사람과 지역의 역사,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미식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 박홍인 바앤다이닝 편집장과 와이너의 이승훈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세계 각국의 셰프들의 이야기를 이끌었다.

 

임정식 셰프 | 정식당 서울 & 뉴욕

세계 시장에서 한국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지난 10년간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이야기를 열었다. 뉴욕에 정식당을 열 당시에는 한국적 식재료와 조리법을 어느 정도까지 보여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K-팝 등 한국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한국 음식의 낯선 요소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국 식재료와 음식 문화에 대한 소비자의 사전 지식이 달라진 만큼, 셰프들이 자신만의 해석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임 셰프는 부산의 꼼장어를 예로 들었다. 외국인에게 형태나 조리 방식이 생소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차이가 다른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경험이 된다. 낯선 음식을 무조건 해외 고객에게 익숙한 형태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 맛을 정확히 이해하고 본질을 살려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부산은 다른 도시의 성공 공식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자신 있게 내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민구 셰프 | 밍글스 서울, 한식구 홍콩

한식의 경쟁력은 식재료뿐 아니라 요리 방식이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한식의 독창성을 재료 자체보다 재료를 조합하고 다루는 방식에서 찾았다. 간장·된장·고추장 같은 발효 장류에 소금, 식초, 참기름, 파, 마늘, 고추를 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각각은 다른 나라에도 있는 재료지만 이를 섞고 발효시켜 맛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 요리만의 개성이 나타난다.

‘전’도 그가 꼽은 가능성이다. 전은 특정 메뉴 하나가 아니라 채소, 해산물, 육류를 다지거나 갈고 반죽을 입혀 지지는 폭넓은 조리 문화다. 재료와 기법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할 수 있어 세계에 하나의 음식 장르로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잘 알려진 단일 메뉴를 해외에 소개하는 방식과 달리,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 형태를 묶어 한식의 폭넓은 가능성을 설명하는 접근이다. 부산의 풍부한 해산물 역시 특정 특산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조리법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강 셰프는 도시의 미식 지형을 바꾸는 힘으로 목적지 레스토랑(Destination Restaurant)을 언급했다. 단 한 곳을 방문하려고 부산에 온 여행자의 동선은 다른 식당과 호텔, 관광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셰프가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투자, 지역사회의 정책적 지원, 인재 육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부산에 좋은 자연환경과 이야기 자원이 이미 있다면, 그것을 실제로 요리하는 인재가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다음 과제다.

 

가간 아난드 Gaggan Anand | Gaggan Bangkok

로컬은 보존해야 할 대상인가, 다시 창조할 대상인가

가간 아난드 셰프는 세계 각국의 식재료가 어디에서나 유통되고 도시의 레스토랑이 비슷해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로컬은 이미 ‘사라진 개념’이라고 도발적으로 표현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맛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문화를 다시 해석해 새로운 지역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과정이 반드시 복잡한 테크닉의 파인다이닝일 필요도 없다. 비스트로처럼 편안한 형식도 지역 음식을 알리는 좋은 무대가 된다. 음식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식사의 형식을 고정하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오히려 다양한 가격대와 형식으로 풀어낼 때 지역 요리는 더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다.

가간 셰프가 제안한 부산의 미식 경험은 한 끼의 목적지 식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침의 커피와 베이커리, 걷기 좋은 거리, 서로 다른 성격의 점심과 저녁 레스토랑, 밤의 와인 바와 칵테일 바, 늦은 시간의 식사까지 하루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그래야 여행자가 유명한 식당 한 곳을 방문한 뒤 떠나는 대신 도시에서 더 오래 머문다. 그에게 로컬은 보존된 유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살아 있는 문화다.

 

요시히로 나리사와 | Narisawa Tokyo

자연을 이해해야 지역의 맛도 이해할 수 있다

요시히로 나리사와 셰프는 지역성을 이해하려면 식재료가 자라는 자연과 생산자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규슈에서 50곳이 넘는 농가를 직접 찾았다. 같은 지역의 농산물이라도 기후와 지형, 고도, 생산자의 재배 방식에 따라 품질과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재료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생산 현장에 있다. 셰프에게 농가 방문은 잠깐 들르는 ‘견학’이 아니라, 생산자의 선택과 그 땅의 자연적 조건을 직접 확인하며 재료의 고유한 성질에 맞는 조리법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로컬은 마케팅 단어가 아니에요.” 그 말처럼, 메뉴에 산지와 생산자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 지역 요리가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부산의 수산물과 농산물도 이름난 특산물로 소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계절에 따른 변화, 어업과 농업의 방식, 보관과 가공 과정까지 셰프가 이해하고 요리에 반영해야 한다. 생산자의 경험과 조리 기술이 만날 때 아직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재료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된다. 단발성 거래보다 장기적으로 서로의 지식을 나누는 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페이 Huang Hui Jing | Mandarion Oriental Guangzhou & Shenzhen

전통의 맛을 지키되 표현 방식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중식계의 알랭 뒤카스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페이 셰프는 광저우와 선전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광동요리를 선보인다. 광저우에서는 오랜 조리법과 식재료를 깊이 탐구하는 반면, 젊고 국제적인 도시 선전에서는 현대적인 표현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 ‘이곳에 왔다면 누구나 선전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인 도시이기에 전통을 전달하는 언어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도시는 같은 광동요리라는 뿌리를 공유하지만, 역사와 소비자층이 다르다. 페이 셰프는 도시가 가진 사회적 성격을 읽는 일 또한 셰프의 중요한 작업으로 보았다.

사례로 든 것은 순더(順德)의 맛을 재해석한 굴 요리다. 고추, 마늘, 천일염, 땅콩기름을 사용하는 전통 풍미에 프랑스식 타르타르 기법을 접목했다. 잘게 썬 뉴질랜드산 굴에 레몬 잎과 흰 양파 등을 더해 현대적인 접시로 완성했지만, 맛의 중심은 여전히 순더에 있다. 그는 “맛은 요리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며, 그것만큼은 절대 변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식재료의 선택과 기술, 플레이팅은 새로워질 수 있어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지역의 핵심 풍미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광동의 웍헤이(鑊氣), 차와 딤섬을 즐기는 일충양건(一盅兩件), 오래 끓인 노화탕(老火湯)은 조리법을 넘어 지역의 생활문화와 연결된다. 부산에서도 지역 음식의 표현은 현대적으로 바꾸되, 그 음식이 탄생한 배경과 고유한 풍미를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젊은 세대가 전통을 새롭게 계승할 수 있는 여건 역시 중요하다.

 

지미 림 Jimmy Lim | JL Studio Taichung

지역의 맛은 기억과 식재료, 사람의 이야기에서 완성된다

대만 타이중의 JL 스튜디오를 이끄는 싱가포르 출신의 지미 림 셰프는 약 10년 전 개업을 불과 3주 앞두고 메뉴를 전면 수정했다. 현지 재료를 활용한 모던 유러피언 메뉴 개발과 직원 교육까지 마쳤지만, ‘나는 누구이고 손님은 왜 내 레스토랑에 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는 성공 사례도 멘토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뿌리인 싱가포르 요리로 방향을 바꿨다. 사업적으로 합리적이라 여겼던 유럽식 메뉴를 버리고 익숙하지만 파인다이닝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자신의 음식 문화를 선택한 것이다. 당황한 직원들과 함께 창고의 재료부터 다시 정리했지만, 오히려 그때 비로소 자신의 요리를 찾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제시한 요리의 세 요소는 기억(Memory), 테루아(Terroir), 사람(People)이다. 싱가포르의 인도계 음식 라삼(Rasam)을 재해석한 요리에 이 철학이 담겼다. 아버지와 리틀 인디아에서 먹었던 어린 시절의 맛에 타이중산 토마토를 사용하고, 타이중에 사는 미국 텍사스 출신 생산자의 스트라차텔라 치즈를 곁들였다. 부산에서도 모든 식재료를 지역산으로 제한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셰프의 기억과 생산자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셰프의 출신지와 레스토랑이 위치한 도시가 달라도 개인의 기억, 지금 발 딛고 선 지역,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한 접시에 공존할 수 있다.

 

킴혹 수 Kimhock Su | Au Jardin Penang

미식 도시의 성공은 뛰어난 셰프가 아니라 공동체가 만든다

말레이시아 페낭의 오 자르댕을 운영하는 킴혹 수 셰프는 약 9년 전 프랑스 요리로 레스토랑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 ‘왜 페낭에 이 레스토랑이 있어야 할까’를 고민했다. 수준 높은 농산물과 생산자 네트워크를 페낭에도 만들고 싶었으나 고급 식재료의 안정적 공급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생산 기술보다 시장 구조였다. 말레이시아 농업은 오랫동안 고급화보다 식량 공급에 집중했고, 좋은 작물을 생산할 역량이 있어도 제값을 지불할 국내 소비층이 작았다. 좋은 농산물은 주로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됐다. 팬데믹으로 수출 수요가 감소하자 고품질 식재료가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했고, 수 셰프는 이 기회를 활용해 농부들과 직접 관계를 맺었다. 팬데믹 이후에도 지역 농산물을 꾸준히 구매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고품질 생산물에 정당한 수요가 형성되면 농부도 좋은 재료를 지속해서 재배할 이유가 생긴다. 레스토랑의 선택이 지역 농업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사례다.

그는 수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페낭과 부산이 닮았다고 본다. 페낭의 성장을 이끈 것은 특정 스타 셰프가 아닌 커뮤니티다. “도시의 성공은 결코 한 사람의 공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의 맛은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졌고, 오늘의 셰프들은 이를 한 걸음 발전시키는 사람들이다. 농부와 생산자, 레스토랑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각자의 성과를 공유하고, 업계 동료 사이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 역시 페낭이 강조해 온 방식이다. 부산에서도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좋은 재료를 공급하며 레스토랑은 이를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자, 셰프, 외식업 종사자가 연결된 시장이 도시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만든다. 유명 셰프 역시 자신의 명성을 지역 전체를 알리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후쿠야마 고 Fukuyama Goh | Goh Fukuoka

다른 도시를 모방하기보다 지역에서 사랑받는 레스토랑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 후쿠오카의 레스토랑 고를 이끄는 후쿠야마 고 셰프는 처음부터 세계적인 평가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지역 주민이 사랑할 만한 식당을 만들고자 했다. 도쿄와 오사카의 유명 레스토랑을 보며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이 잘하는 요리를 꾸준히 발전시키기로 했다. 세계적인 인지도보다 지역에서 오래 사랑받는 식당이 우선이었다.

레스토랑의 개성이 쌓이자 이를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넓어졌다. 여기에 후쿠오카의 풍부한 로컬 음식 문화가 더해져 도시를 방문할 이유가 만들어졌다. 대도시를 모방하지 않아도 지역의 음식과 독창적인 레스토랑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사례다. 유명한 목적지 레스토랑과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즐겨 온 음식들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부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후쿠오카의 경험은 지역 주민과 여행자가 모두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식당을 만드는 일이 우선임을 보여준다. 후쿠야마 셰프 역시 트렌드나 외부 평가보다 손님이 원하는 것, 더 즐거운 식사 경험을 만드는 방법에 집중해 왔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태도가 결국 레스토랑과 도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김지혜 셰프 | 피오또 부산

외지인의 시선으로 발견한 부산의 새로운 맛

부산의 미쉐린 1스타이자 그린 스타 레스토랑 피오또(Fiotto)를 이끄는 김지혜 셰프는 이동호 셰프와 함께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발효 식재료를 활용해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부산 출신은 아니지만 이곳에 정착해 요리하면서 오히려 지역의 식문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아잎이다.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에서는 아귀찜 등에 방아나 산초 계열의 향긋한 재료를 활용하는데, 그에게는 이러한 지역의 맛이 새로운 영감이 됐다. 피오또에서도 방아잎의 향을 오일에 입혀 해산물 요리에 활용하는 등 부산에서 발견한 풍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셰프는 부산을 찾는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음식 경험으로 기장의 바닷가에서 즐기는 전복회를 꼽았다. 전복을 일반적인 깻잎이나 상추 대신 생미역에 싸 먹는 방식이다. 한국 안에서도 지역마다 식재료를 조합하고 즐기는 방식이 다르며, 이러한 작은 차이가 부산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익숙한 해산물도 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겨온 방식으로 경험할 때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김 셰프에게 자연과 가까이 일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피오또는 경북 영천의 가족 농장을 일주일에 두세 차례 방문해 직접 농산물을 재배하고 수확한다. 한 해 50여 종의 작물을 기르기도 하며, 수확한 채소는 발효와 건조, 숙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계절과 수확량에 따라 메뉴를 바꾸고 식재료의 변화에 맞춰 조리법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부산의 지역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선과 자연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는 이러한 작업은 로컬이 반드시 태어난 고향에 한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정착한 지역을 꾸준히 관찰하고 그곳의 식문화를 요리에 반영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지역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규진 셰프 | 램지 부산

지역을 이해하는 일은 식재료가 자라는 환경을 탐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부산의 프렌치 레스토랑 램지(Ramsey)를 이끄는 이규진 셰프는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더라도 부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렌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지역성을 이해하는 과정은 생산 현장에서 시작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장 미역이다. 이전에는 부드러운 미역이 좋은 미역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장의 생산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관점이 달라졌다. 현지에서는 오히려 단단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의 미역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역 사람들이 익숙하게 즐기는 맛과 식감의 기준도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같은 식재료라도 지역의 식문화에 따라 그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생산자들과 가까워질수록 그의 관심은 식재료 자체를 넘어 자연환경으로 확장됐다. 해산물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해양 생태계에서 자라는지, 바닷속 환경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해산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졌다. 결국 스쿠버다이빙 자격까지 취득해 해녀들과 함께 직접 바다에 들어갔다. 수면 아래의 생태환경을 경험하면서 해산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고, 식재료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깊고 폭넓은 탐구를 필요로 하는지 실감했다.

이 셰프에게 로컬은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에 애정을 갖고 생산자와 교류하며 자연과 식문화를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이다. 오랫동안 탐구하더라도 언제나 새롭게 발견할 것이 있다는 그의 경험은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어떻게 요리의 독창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락

Writer 이정윤 (Julia Lee)
Photographer 글로벌미식포럼 2026
추천 기사
SEE ALSO
EXPLORE ALLarrow-right-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