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트’가 3년 연속 아시아 베스트 2위와 ‘한국 최고의 바’ 자리를 지키고, ‘M+MS 바’가 42위로 새롭게 진입하였으며, 서울은 올해도 총 여덟 곳의 이름을 리스트에 올렸다.
7월 28일 저녁, 마카오 윈 팰리스(Wynn Palace)에서 ‘아시아 50 베스트 바 2026(Asia’s 50 Best Bars 2026)’ 시상식이 열렸다. 페리에(Perrier)가 후원하는 이 리스트는 아시아의 바와 바텐더를 대상으로 하며, 올해 시상식은 윈 마카오와 윈 팰리스를 호스트 파트너로 두고 2년 연속 마카오에서 개최됐다. 올해 50위권에는 아시아 22개 도시의 바가 이름을 올렸고, 이 가운데 14곳이 신규 진입이었다.
아시아 50 베스트 바
순위는 아시아 50 베스트 바 아카데미의 투표로 결정된다. 바텐더와 바 오너, 음료 전문 기자, 칵테일 애호가 등 3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성비 균형 패널이 각자 직접 경험한 최대 일곱 곳에 표를 행사하고, 집계 결과는 딜로이트(Deloitte)의 독립 검증을 거친다.
올해 한국은 50위권에 네 곳, 앞선 7월 14일 먼저 공개된 51~100위 리스트에 네 곳을 올리며 총 여덟 곳의 이름을 남겼다.
2026년 아시아 최고의 바, 광저우의 ‘호프 앤 세서미’
2026년 ‘아시아 최고의 바(The Best Bar in Asia)’는 광저우의 ‘호프 앤 세서미(Hope & Sesame)’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7위에서 여섯 계단을 올라 정상에 섰다. 리스트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역대 1위가 모두 싱가포르와 홍콩의 바였던 만큼, 중국 본토의 바가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연속 1위를 지켰던 홍콩의 ‘바 레오네(Bar Leone)’는 3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홍콩 최고의 바’ 자리를 굳건히 했다.
2026년 ‘아시아 최고의 바’에 오른 광저우의 ‘호프 앤 세서미’
2016년 광저우 둥산커우의 광둥식 분식점 뒤에서 문을 연 ‘호프 앤 세서미’는 남중국 최초의 스피크이지 바로, 원심분리 청징과 감압 증류 같은 기법에 중국의 약재와 광둥 요리를 더해 독창적인 칵테일을 선보인다. 올해로 개점 10주년을 맞은 해에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아시아 베스트 50위권에 오른 한국의 바 네 곳
3년 연속 아시아 베스트 2위와 ‘한국 최고의 바’ 자리를 지킨 청담동의 ‘제스트’
청담동의 ‘제스트(Zest)’가 아시아 전체 2위에 오르며 3년 연속 같은 자리를 지켰고, ‘한국 최고의 바’ 타이틀 역시 3년 연속으로 가져갔다. 제스트는 제철 재료와 지역 생산자를 한 잔 안에서 잇는 미니멀리즘 칵테일 바로, 제스트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단어는 제로 웨이스트다. 지역의 모든 것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철학은 한순간의 특별함이 아닌 메뉴가 짜이는 기본 원리에 가깝다. 제철에 들어오는 재료를 기준으로 잔을 설계하고, 한 재료에서 나온 부산물이 다음 잔의 재료가 되도록 동선을 짠다.
청담동 제스트의 내부
2020년 김도형 오너 바텐더가 공동 창업한 이래 이 방식은 특별한 실험이 아니라 기본값이었다. 그는 제스트의 성취를 "저희가 잘했다기보다 한국 바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지표"라고 낮추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치열한 자리 중 하나인 아시아 베스트 바 2위를 세 해 연속 지킨 배경에는 이러한 일관성이 뒷받침된다.
제스트를 이끌고 있는 김도형(Demie Kim) 바텐더(좌), 제스트의 시그니처 칵테일 (우)
‘앨리스 청담(Alice)’은 13위에 자리하며 올해도 상위권을 지켰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속 세계를 꽃집 외관 뒤에 숨겨 놓은 이 바는, 2016년 리스트가 출범한 이래 올해까지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50위권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 바다. 매년 순위가 달라지고 새로운 바들로 채워지는 리스트에서 이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는 것은, 어느 한 해의 화려한 수상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독보적이다.
2016년 리스트 출범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50위권을 지킨 ‘앨리스 청담’, 올해는 작년에 이어 아시아 베스트 13위를 기록했다
박용우 총괄 매니저가 이끄는 팀은 유행의 속도가 아니라 완성도의 속도로 움직인다. 이야기에서 출발해 맛으로 끝나는 칵테일, 잔과 기물, 마시는 방법까지 설계하는 디테일이 앨리스의 세계관을 지탱한다.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든, 이 안에선 누구나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국내 바텐더들이 커리어 초반을 거쳐 가는 학교 같은 곳이라는 평가도 이 태도에서 나온다.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앨리스 청담의 총괄 매니저인 박용우(Mason Park) 바텐더(좌), 앨리스 청담의 시그니처 '히피티 호피티'(우)
‘바 참(Bar Cham)’은 33위에 자리했다. 서촌의 한옥을 개조한 공간에서 참기름과 막걸리, 복분자처럼 한국인의 미각에 이미 스며 있는 재료를 칵테일의 언어로 옮겨 온 바다. 임병진 오너 바텐더는 이 작업을 ‘공감’이라는 단어로 설명해 왔다. 한국적으로 보이기 위해 재료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알아온 익숙한 맛의 구조를 그대로 잔 안에 옮겨 놓는 방식이다.
서촌 한옥에서 한국의 맛을 칵테일로 옮겨 온 ‘바 참’의 임병진 오너 바텐더
‘M+MS 바(M+MS Bar)’는 42위로 리스트에 처음 진입했다. 서울에서 신규 진입 바가 나온 것은 두 해 만이다. 도산대로에 위치한 M+MS 바는 한 잔 한 잔이 디자이너 컬렉션처럼 읽히는 ‘패션 포워드 바’다. 바의 무대를 패션과 컬처, 뮤직, 아티스트, 파티시에와의 콜라보로 넓혀 가겠다는 방향성까지, 칵테일 바라는 장르의 경계를 새로 만드는 담대함 리스트 첫 진입으로 이어졌다.
51~100위에 이름을 올린 서울의 네 곳
51~100위 리스트에서 국내 최고 순위는 74위의 ‘공간(Gong Gan)’이었다. 한옥을 개조한 공간에서 한국적 재료와 국제적인 칵테일 기법을 겹쳐 온 바다. 이어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자리한 ‘찰스 H(Charles H)’가 지난해 96위에서 87위로 아홉 계단 올랐다.
청담동의 ‘르챔버(Le Chamber)’는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책장 문을 열고 입장하는 스피크이지 바로, 엄도환, 임재진 두 오너 바텐더가 십 년 넘게 함께 이끌며 클래식 칵테일의 정확도와 서비스의 밀도로 국내 바들의 참조점이 되어 온 곳이다.
아시아 베스트 88위에 오른 ‘르챔버’의 엄도환, 임재진 오너 바텐더
손석호 바텐더가 이끄는 한남동의 ‘소코(Soko)’는 89위를 기록했다.
51~100위 리스트에서 가장 많은 바를 올린 도시는 일곱 곳의 싱가포르였고, 서울은 도쿄, 쿠알라룸푸르와 함께 네 곳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이 리스트에는 아시아 25개 도시의 바가 포함됐다.
올해 처음 이름을 올린 바들
올해 50위권의 신규 진입은 열네 곳으로 유난히 많았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출발한 곳은 방콕의 ‘레논스(Lennon’s)’다. 로즈우드 호텔 최상층의 홈 레코딩 스튜디오를 닮은 레트로 스피크이지 바로, 7위라는 데뷔 순위와 함께 디사론노 하이스트 뉴 엔트리 어워드를 가져갔다.
7위로 리스트에 신규 진입하며, '디사론노 하이스트 뉴 엔트리 어워드(Disaronno Highest New Entry Award)'를 수상한 방콕의 '레논스(Lennon's)
중국 본토의 새 얼굴도 두드러졌다. 선전 지역의 ‘옵시디언 바(Obsidian Bar)’가 10위로 단숨에 톱 10에 들었고, 상하이 ‘포니 업(Pony Up)’(19위), 청두 ‘랄프스 바(Ralph’s Bar)’(28위), 베이징 ‘탸오(Tiao)’(50위)가 뒤를 이으며, 중국 본토는 역대 최다인 일곱 곳을 리스트에 올렸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하노이 ‘워크숍14(Workshop14)’가 34위로 진입해 ‘베트남 최고의 바’와 쓰리 센츠 베스트 뉴 오프닝 어워드를 함께 받았고, 마카티 ‘프라블럼 차일드(Problem Child)’는 44위 데뷔와 동시에 ‘필리핀 최고의 바’가 됐다.
51~100위에도 열한 곳이 새로 들어왔고, 스리랑카 갈레와 항저우, 베이징까지 지도에 더해지며 아시아 바 신(scene)의 폭은 어느 해보다 넓어졌다.
올해의 스페셜 어워드
개별 부문의 주인공은 셸리 타이(Shelley Tai)였다. ‘바텐더들이 뽑은 최고의 바텐더’를 뜻하는 알토스 바텐더스 바텐더 어워드에 뽑힌 그는, 자신의 첫 홍콩 바 '미우스(Mius)'를 36위로 신규 진입시킴과 동시에 세븐룸스 베스트 바 디자인 어워드까지 함께 안았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와 공간에 주어지는 상을 한 해에 나란히 가져간 셈으로, 셸리 타이의 미우스는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해봐야 하는 바텐더가 이끄는 공간이 되었다.
알토스 바텐더스 바텐더 어워드를 받은 셸리 타이(좌), 세븐룸스 베스트 바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미우스(우).
나머지 부문은 방콕과 홍콩이 나눠 가졌다. 방콕에서는 31계단을 올라 17위에 선 '바 사톤(Bar Sathorn)'이 니카 하이스트 클라이머 어워드를, '바 어스(Bar Us)'가 케텔 원 서스테이너블 바 어워드를 받았고, 홍콩에서는 '코아(Coa)'(24위)가 레미 마르탱 레전드 오브 더 리스트 어워드를, '킨스맨(Kinsman)'이 시에테 미스테리오스 베스트 칵테일 메뉴 어워드의 주인공이 됐다. 이 밖에 싱가포르 '지거 앤 포니(Jigger & Pony)'의 인드라 칸토노(Indra Kantono)가 로쿠 인더스트리 아이콘 어워드를, 스리랑카 '스모크 앤 비터스(Smoke & Bitters)'가 아트 오브 호스피탈리티 어워드를, 자카르타 '햇츠 바(Hats Bar)'가 원 투 워치 어워드를 가져갔다.
순위가 말해주는 것들
50 베스트의 순위는 종종 한 바의 성취를 요약하는 기호처럼 읽힌다. 하지만 리스트를 여러 해에 걸쳐 이어 놓고 보면, 숫자 하나에 담기지 않는 각자의 시간이 보인다. 올해 정상에 오른 호프 앤 세서미는 오픈 십 년 만에 1위에 닿았고, 제스트는 세 해 연속 아시아 베스트 2위 자리를 든든히 지켰다. 또한, 앨리스 청담은 십 년째 아시아 50 베스트 바 리스트를 비운 적이 없고, M+MS 바는 오픈 사 년 만에 처음으로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그 시간들 사이에 지금의 한국의 바가 있다. 해마다 여러 곳을 리스트에 올리는 도시가 됐고, 한국의 재료와 기억을 칵테일의 언어로 옮기는 작업은 더 이상 낯선 시도가 아니게 되었다.
‘2026 아시아 50 베스트 바’ 순위, 1위부터 50위까지
‘아시아 50 베스트 바 2026’의 다음 무대는 다가오는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월드 50 베스트 바(The World’s 50 Best Bars)’ 시상식이다. 아시아 리스트에서 확인한 서울 바의 흐름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이어질지가 다음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