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밤이 말하는 환대의 예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다음을 떠오르게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엄태준 셰프와 하주형 제너럴 매니저에게, 좋은 요리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비결을 물었다.

솔밤에서 ‘서비스’는 요리만큼이나 중요하다

엄태준 셰프는 파인다이닝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손님이 재방문을 결정하는 요소에서 음식은 다섯 번째, 서비스는 두 번째’라는 페란 아드리아의 말을 인용한다. 음식과 서비스가 반드시 하나의 결로 맞물려야 하는 관계라는 의미다. “요리가 아무리 좋아도 서비스가 엉망이라면, 혹은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면, 결국 좋은 기억이 될 수 없어요.”

하주형 매니저는, 손님 응대의 원칙은 ‘따뜻함’과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미쉐린 평가원이나 전문 비평가에게는 조리 테크닉이나 식재료 원물, 접시 위의 구성과 디자인이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저희가 감정적인 따뜻함을 가장 먼저 고수하는 이유는, 다양한 세대와 개성의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연인이 떠오르거나, 언젠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솔밤이 말하는 ‘좋은 경험’의 척도다.

솔밤 엄태준 셰프와 하주형 제너럴 매니저

솔밤에서는 음식도, 서비스도 과시적이지 않은데, 팀의 중요한 모토가 ‘절제’이기 때문이다. 엄 셰프는 한식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경계 없는 기술을 통해 조화롭게 재구성한 새로움을 추구하며, 홀에서는 하주형 매니저를 필두로 과도한 격식은 지양하되, 선과 예의는 명확히 지키며 요리의 리듬을 따른다. “저희는 손님께 친절하게 다가가며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가까워진다는 명목으로 함부로 농담을 던지거나, 개인적인 질문을 한다면 불편함, 불쾌함의 원인이 되죠.”

고객과의 첫 접점이 이루어지는 솔밤의 드로잉 룸

 제 1 원칙, 모두가 VIP라는 마음과 진정성

솔밤은 단골이나 인플루언서, VIP, 혹은 첫 방문 고객을 구분해 대우하지 않으며 개인화의 범위 역시 의도적으로 제한한다. “솔밤에서는 모든 분이 진심으로 그 날의 VIP에요. 미쉐린 평가원이든, 처음 방문한 고객이든, 저희는 누구에게나 최선의 순간을 만들어 드리고자 합니다.” 엄태준 셰프는 ‘차별화된 기억’이 아니라 ‘항상성 있는 만족감’이 다시 오고 싶은 기억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단골이 온다고 캐비아의 양을 두 배로 늘려주는 것이 좋은 서비스일까요? 저희 메뉴는 맛과 식감의 밸런스를 위해 깊은 의도로 디자인되었기에, 누가 오든, 언제 오든 같은 완성도로 제공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알레르기나 특정 식재료에 대한 기호는 반드시 확인하고 반영해야 하죠.” 기준은 하나이고, 그 기준 안에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솔밤은 미쉐린 가이드 1스타, 라리스트, 서울미식 100선 등 다양한 기관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주형 매니저는 이를 ‘정확한 배려’라고 표현한다. 한결같은 정성으로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이, 몇 번을 오든 신경쓰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단골 고객에 대한 맞춤 서비스는, 반복된 만남 속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이해에서 시작된다. 그 손님의 성향을 알기에 마지막 선물로 건네는 젓가락에 이름을 각인하거나, 디저트 접시에 감사의 메시지를 레터링 서비스로 더하는 정도로 절제한다. 이는 경험의 본질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개인화는 차이를 만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이미 공유된 기준 위에서 더 정확해지는 배려로만 허용된다.

매뉴얼을 따라 정확한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 솔밤 서비스의 원칙

 쉽게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도 원칙이 있다

하주형 매니저는 매뉴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컵에 물을 따르는 양, 커틀러리의 위치와 각도, 테이블 위의 동일한 세팅처럼 기본적인 요소가 정확히 정렬될 때, 비로소 품질 높은 서비스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물은 기본적으로 잔의 70%만 따른다. 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는 손님에게는 그보다 조금 더 채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변주 자체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중심 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손님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음식에 관한 설명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기준을 세우고, 그 위에서 손님마다의 상황에 맞게 변주를 준다. 이 기준선이 무너지면, 직원마다 모두 다른 서비스가 중구난방으로 쌓이며 전체 경험이 하향 평준화된다. 하주형 매니저는 이를 주방의 레시피에 비유한다. 매번 창의적으로 기발한 시도를 한다고 해서 좋은 음식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서비스 역시 공유되지 않은 개인의 판단이나 셰프의 컨펌 없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솔밤이라는 하나의 경험은 흐려지기 때문이다.

 

솔밤의 여름 물회와 계절 한입요리 (모렐 만두와 닭간 샌드)

레스토랑은 끊임없이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며 진화한다. 룸에 설치된 빌트인 옷장이 그 예다. 손님 코트가 길 경우 바닥에 끌리지 않도록 옷걸이 봉을 높이 설치하고, 스태프가 도구를 사용해 정중하게 걸어드리고자 헀다. 하지만 손님은 중간에 옷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거나, 직원을 부르지 않고도 편안하게 다시 입으려고 하는 등 다양한 변수를 보여주며 불편함을 표현했다. 이 피드백 이후, 솔밤은 옷걸이 봉의 높이를 다시 조정했다. “우리가 배려라고 생각한 게, 손님에게는 불편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배웠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동선 역시 끊임없이 수정된다. 겨울이 되면 코트 체크가 늘어나고, 한 명이 움직여야 하는 코트의 양이 달라진다. 이때 여름과 같은 동선을 유지하면 서비스의 흐름이 깨진다. 그래서 솔밤은 계절마다 동선을 다시 설계한다.

 

서비스 전 키친 팀과 회의중인 엄태준 오너 셰프

 솔밤의 서비스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데에서 출발한다. “고객에게 진정한 인간적 관심을 기울이면 많은 것이 새롭게 보입니다. 불편한 점은 없을지 고민하다 보면 손님의 마음을 살필 수 있게 되거든요.” 이 원칙 위에 개별 스태프의 개성을 더해, 다양한 형태로 솔밤만의 문화를 만든다. 메뉴판을 펼쳤을 때 손글씨로 쓰여진 첫 인사, 메뉴 뒤에 적힌 모든 팀원의 이름들까지, 하 매니저는 진정성이 먼저이고 그 위에 기술이 얹힌다고 강조한다.

컴플레인 대처, 원칙과 진심이 우선

운영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좌석 위치에 대한 예상치 못한 불만, 지연 입장, 음식에 대한 불만족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컴플레인 상황에서 엄태준 셰프는 ‘직원 뒤에 숨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음식이든 서비스든 문제가 발생하면, 그는 직접 나가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사과한다. “제가 직접 나가서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경우 감정이 먼저 풀려요. 불평이 만족으로 바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셰프가 나와서 손님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고 하는 진정성이 전달되는 거죠.”

하주형 매니저도 이런 컴플레인 상황에서 팀에게 가장 먼저 던지는 말은 늘 같다. “진심을 다하자.” 해결책보다 태도를 먼저 점검한다. 당황할수록 빨리 상황을 무마시키고 싶은 마음에 형식적으로 사과하거나 보상을 주고 끝내는 대응은 오히려 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일단 손님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보상도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솔밤의 컴플레인 대응은 속도보다는 충분히 듣고, 공감하고, 그 다음에 움직이는 것에 집중한다.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팀은 더 많은 에너지를 쓰지만, 결과적으로는 신뢰가 남는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문화를 이어나가는 것

서비스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인력 설계다. 엄태준 셰프는, 의도적으로 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솔밤은 면접 시간이 한 시간이 넘기로 유명히다. 하 매니저는 지원자와 한 시간이 넘는 대화 속에서 기술보다 생각과 마음가짐을 본다. 수습 기간 동안에도 업무 능력은 두 번째다. “홀 직원은 말과 행동으로 손님과 바로 마주하는 사람이에요. 마인드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오래 가기 힘들어요.” 수습 기간이 끝난 뒤, 정식 직원 채용 여부는 팀이 함께 결정한다. 가까이에서 보는 동료의 시선이 가장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희와 일하다가 나중에 다른 곳으로 이직하더라도, 역시 솔밤 출신은 다르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려고 노력해요.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태도에요. 누구나 배우며 성장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은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어요. 바른 인성과 태도, 팀원들과 협력하는 마음이 있다면 저희와 같은 방향을 보며 걸어갈 수 있습니다.”

 

매일 홀/키친팀은 서비스 전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직원들의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레스토랑의 평가는 단일 지표로 환원되지 않는다. 세팅의 정확성, 직원의 걸음걸이와 속도, 말의 강도와 리듬과 같은 내부적인 전문성 평가가 있고, 고객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남긴 리뷰와 피드백도 검토 대상이다. 동시에 다른 레스토랑의 리뷰에서도 좋거나 나쁜 사례를 함께 검토하며, 솔밤이었으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한다. 또한 외국인 손님에게 전달되는 정보와 교감이 충분한지, 한국 손님과 같은 수준의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빠지지 않는다.

엄태준 셰프와 하주형 매니저는, 고객에 대한 탁월한 서비스는 팀원 관리에서 시작한다고 입을 모은다. 팀원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개인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영감을 얻어 모든 이의 이름을 메뉴판에 적어 두며, 개인의 깊은 이야기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은 직원의 번아웃 관리라는 관점에서, 직원과의 대화를 수시로 가진다. 탄탄하게 작동하는 시스템과, 이 서비스의 마음과 원칙을 성실하게 실행하는 직원들이 이루어낸 서비스는 ‘잘 만든 시스템’이 아니라, 시스템이 되기까지 멈추지 않고 반복된 태도의 기록이며, 지금도 변화 중이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솔밤 엄태준 셰프

엄태준 셰프에게 솔밤이 오픈하던 날로 돌아가, 고치거나 바꾸고 싶은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없다고 대답한다. “솔밤을 운영하며 마주했던 모든 갈림길에서 저는 늘 솔밤만을 생각하며 선택해 왔고, 그 모든 결정의 총합이 지금의 솔밤이라고 생각해요. 좋지 않은 선택도 있었겠지만, 후회하거나 바꾸고 싶은 선택은 없습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만큼 매 순간 최선을 찾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쌓인 선택이 솔밤의 환대를 만들어간다.

단락

Writer 이정윤(Julia Lee)
Editor 마비스 (Mavis)
Photographer Solbam, GRI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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