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서울까지, 한국 미식의 테이블

서울과 뉴욕, 레스토랑과 바, 음식과 페어링, 셰프와 바텐더의 감각이 교차하는 방식을 통해 오늘날의 한국 미식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특별한 테이블

좌측부터 순서대로 임병진 바텐더, 신창호 셰프, 강민구 셰프

오늘날 한국 미식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한식은 서울이라는 심장부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뉴욕과 같이 한국 밖의 도시에서 새로운 문화적 맥락을 얻는다. 한국의 ‘맛’을 이야기할 때, 바 신(scene)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술과 재료, 계절과 감각은 한국 바텐더들의 시각을 통해 그 범위를 확장한다.

지난 6월 12일, 파라다이스 컬리너리랩의 기획으로, 서울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 뉴욕에서 미쉐린 2스타를 받은 주옥, 그리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적 바 컬처의 중심 중 하나인 바참이 힘을 모았다. 미식, 예술,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복합 리조트를 선언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온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내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의 모던 한식 다이닝 새라새에서 열린 프라이빗 갈라 디너에서 이 흐름이 피워낸 맛의 현장을 소개한다.

아트파라디소 인천 ‘새라새’에서 열린 갈라디너

세계 미식 속 한국 음식 문화의 현재

한식 세계화는 오랫동안 ‘한국 음식을 해외에 소개하는 일’로 이해되어 왔지만, 최근의 흐름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김치나 장, 고추장, 불고기와 같은 상징적 요소를 전달하는 단계를 넘어, 조리법과 계절감, 발효와 저장, 지역성과 생산자, 접객과 공간 경험까지 포함하는 하나의 총체적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디너는 아트파라디소에 자리한 모던 한식 다이닝 공간, 새라새에서 열렸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식음 프로젝트인 새라새는 한국적 식사 경험을 현대적으로 제안하는 공간이다. 특히 강민구 셰프는 새라새의 한식 방향성과 메뉴 컨설팅을 이끌며, 한식에 관한 셰프의 시선을 보다 넓은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좌) 참외게살냉채, 은어 타로전, 육회 타르트와 훈제 장어 (우) 세 가지 나물과 제철 해산물

디너의 세 주인공 – 밍글스와 주옥, 바참

강민구 셰프가 이끄는 밍글스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파인다이닝의 방향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2014년 서울 도산대로에 문을 연 이후, 밍글스는 전통 한식의 뿌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며 장, 발효, 사찰음식의 전통과 한식까지 우리의 유산을 탐구하며 명확한 밍글스만의 개성을 구축해왔다.

한편 신창호 셰프의 주옥은 한국 현대 다이닝의 또 다른 중요한 방향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미쉐린 2스타를 받았던 더 주옥은 더 큰 세상에 도전하겠다는 셰프의 열망에 따라 뉴욕으로 무대를 옮겼고, 뉴욕에서도 다시 미쉐린 2스타를 받으며 한국적 파인다이닝의 힘을 새로운 도시에서 증명했다. 전혀 다른 도시와 식재료, 손님과 문화적 환경 안에서 새롭게 도전하며 뉴욕 근교의 농장에서 한국 고유의 작물을 기르고, 다시 맛의 중심을 찾으며 새롭게 시작한 도전은 많은 것이 다른 이방에서 어떻게 본인의 헤리티지를 유지하고, 동시에 그 도시가 가진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흡수하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지 증명해 온 과정과 같다.

바참의 임병진 오너 바텐더

한국적 바 컬처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는 바참도 마찬가지. 서울 서촌의 아름다운 한옥을 배경으로 한국의 술과 재료, 계절을 현대적인 칵테일로 풀어내온 이곳은 임병진 바텐더의 디렉팅 아래, 외래 문화로 인식되기 쉬웠던 ‘바’라는 공간을 한국적 감각 안에서 다시 정의해왔다. 한옥이라는 공간, 전통주와 로컬 스피릿, 한국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칵테일은 이곳을 한국적 문화의 기준점으로 만들며 2025년 Asia’s 50 Best Bars에서 6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한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갈라디너를 준비중인 신창호 셰프와 팀

서울과 뉴욕, 레스토랑과 바가 만날 때

행사를 준비한 새라새와 파라다이스시티 컬리너리랩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오늘날 한국 미식이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해석과 가능성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세계적으로 한식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파라다이스 그룹의 한식 파인 다이닝인 새라새를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식을 해석하고 있는 밍글스, 주옥, 바참을 초청해 서로 다른 스타일의 팀이 단 하루 동안 하나의 코스를 완성함으로써 현재 한식이 보여주고 있는 다양성과 발전 가능성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시도는 강민구 셰프와 함께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는 새라새가 현재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연결된다. “이번 행사는 새라새가 추구하는 열린 한식과 협업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라며 “밍글스와 주옥은 같은 컨템포러리 코리안 레스토랑이라는 장르 안에 있지만 각자의 색깔이 굉장히 뚜렷하기에,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팀이 교류하며 하나의 코스를 완성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밍글스의 오너이자 새라새를 디렉팅하는 강민구 셰프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강민구 셰프와 신창호 셰프의 만남이 있다. 두 셰프는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서로의 성장을 지켜봐 온 동료이자 친구다. 특히 신창호 셰프가 서울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던 결정은 한국 파인다이닝 업계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던 사건이었다. 강민구 셰프는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3년 전 주옥이 뉴욕으로 떠날 때 많은 국내 미식가들과 업계 사람들이 아쉬워했었죠. 하지만 저는 그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결과를 얻고 돌아와 너무 기뻤습니다.” 이번 디너는 그런 시간을 지나 다시 한국에서 함께 테이블을 만드는 자리였으며, 강민구 셰프는 특히 뉴욕에서 변화한 주옥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을 흥미롭게 이야기했다.

주옥의 색동 수제비와 금태 연잎찜

“주옥의 원래 시그니처 메뉴들은 익숙했지만 뉴욕에 가서 새롭게 개발한 메뉴들은 직접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색동만두나 뉴욕 버전으로 발전한 금태 연잎찜 같은 메뉴를 이번에 맛볼 수 있었는데 저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날의 메뉴는 뉴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변화하고 발전한 주옥의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밍글스와 새라새가 가진 색깔을 함께 담아내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강민구 셰프는 이번 협업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으로 ‘흐름’을 이야기했다. “주옥을 그리워했던 사람들에게 그 맛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새라새와 밍글스가 함께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코스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주옥의 한우 구이와 밍글스의 랍스터가 곁들여진 메인 코스

그 결과 탄생한 대표적인 메뉴가 메인 코스다. 주옥이 한우 보푸라기와 소스, 깻잎 반찬을 준비하고, 밍글스가 고기와 랍스터를 담당했으며, 이후 새라새의 냉면이 이어지는 구성이다. 강민구 셰프는 “세 팀이 여러 차례 줌 미팅을 진행하며 함께 준비한 메뉴”라고 설명했다.

행사의 시작과 끝을 맡은 임병진 바텐더의 시선도 흥미롭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바참의 역할을 ‘책의 표지’에 비유했다. “식스핸즈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사실 바참의 역할이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두 셰프님의 재회를 축하하는 환영 음료와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 페어링을 통해 오프닝과 클로징, 즉 책의 표지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좌) 참외 디저트, (우) 바참의 ‘송편’ 칵테일

그가 가장 많은 고민을 기울인 칵테일은 디저트와 함께 제공된 ‘송편’이었다. 참외 디저트와 함께 제공된 이 칵테일은 단순히 맛의 조화를 넘어 계절의 흐름을 담아내고자 했다. “참외는 식감이 아삭하고 단맛이 부드러워 크리미하거나 너티한 요소와 잘 어울립니다. 송편 칵테일에는 참기름과 쌀, 밤의 향을 담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밀크 워시를 통해 부드러운 질감을 더했고, 마지막에는 생강과 계피의 은은한 향을 남겼습니다.” 그는 이 페어링을 참외의 여름에서 시작해 추석의 가을로 이어지는 계절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임병진 바텐더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국 바 문화의 현재로 이어졌다. 그는 최근 한국 바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를 단순히 시장 규모의 확장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한국이 바 문화의 변방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 전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한국 역시 그 흐름의 중심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한국 재료와 하이퍼 로컬의 개성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날 만난 세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분야를 이야기하면서도 하나의 공통된 지점을 향하고 있었다. 강민구 셰프는 한국 음식이 유행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에 주목했고, 임병진 바텐더는 한국 술 문화가 더 넓고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기를 이야기했다. 새라새는 이러한 변화가 만나는 플랫폼이 되고자 했다. 지금 한국 미식이 어디에 서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함께 나눈 테이블을 넘어, 다가올 미래는 또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단락

Writer 이정윤(Julia Lee)
Editor 이정윤(Julia Lee)
Photographer Art Paradiso, 이정윤(Juli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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