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당의 윤나라 셰프는 양조인의 마음과 셰프의 정성을 바탕으로 전통주와 한식 문화를 알리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 전통주와 한식은 제철 재료를 바탕으로 제조 방법에 따라 지역별로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특히 만드는 사람이 들이는 시간과 정성에 따라 같은 술과 요리도 전혀 다른 맛과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윤주당의 윤나라 셰프는 <흑백 요리사 시즌 2>에서 한국 전통주와 한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술 빚는 윤주모’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통주를 빚고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직접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한편 자신이 배운 전통주를 알려주는 클래스 운영까지 전통주와 한식 문화 전반을 알리는 매개자로서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주모가 세상에 내민 요리라는 도전장
<흑백요리사 시즌 2>를 통해 윤나라 셰프는 전통주와 한식 요리의 조합을 통해 한식 문화 전반을 알리는 매개자로서 단연 눈에 띄었다.
<흑백 요리사 시즌 2>는 창업 7년 차 셰프이자 양조인으로서 이름을 알리던 윤나라 셰프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였다. 자원 출전을 결심했고, 촬영 당시는 출산 후 150일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흑백 요리사 시즌 1>을 보면서도 제가 시즌 2에 나간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흑백 요리사>는 셰프님들의 대회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술 빚는 윤주모’라는 이름처럼 그냥 술도 빚고 요리도 하는 사람이라고만 여겼죠. 그러다 시즌 2 공고를 보는데 ‘누구나 지원 가능’이라는 글자에 눈이 가더라고요. 윤주당을 운영하면서 외롭기도 했고 뭔가 증명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전통주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면접 볼 때 많은 출연진 분들이 우승이나 파이널 무대에 오르는 걸 목표로 삼으셨다던데, 저는 1회에 딱 5초 만이라도, 한 장면이라도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윤나라 셰프는 마치 전통주 하나를 빚어내듯 전통주를 배우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술을 직접 빚고 만드는 양조인의 길을 걸어왔다.
작았던 바람과 달리, ‘술 빚는 윤주모’는 방송에 등장함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히든 메뉴였던 ‘주모의 한상’과 직접 내린 소주, 재료를 향한 진정성과 애정이 담긴 그만의 황태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술도 결국 요리라고 생각해요. ‘주모의 한상’으로 술과 요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모의 한상’ 모든 메뉴에 직접 빚은 윤주당 12도 막걸리를 넣었거든요.. 그걸로 소주를 먼저 내렸고, 수육에 막걸리 윗물을 넣어 과실향을 가미하거나 봄동을 무칠 때도 양념 재료로 썼어요. 사실 많은 한식 요리에 맛술이 들어가거든요. 저는 맛술이 아닌 제가 만들어 맛있는 술을 넣어서, ‘주모의 요리는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알려진 것처럼 윤나라 셰프는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문화, 공연 기획 분야에서 일하다가 자연스럽게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전통주 양조인이자 한식 셰프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1년쯤 우연히 함평에서 만들어지는 ‘자희향’이라는 술을 먹어봤어요. ‘누룩으로 빚은 술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그 길로 이 술을 만든 분의 스승님이셨던 박록담 소장님을 찾아가 정규 수업을 듣고 전문가 과정까지 수료했죠. 그런데 술에 요리가 빠질 수 없잖아요. 사실 술을 배우느라 요리는 따로 배우러 다닐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전국 각지에서 먹었던 요리의 레시피를 떠올려 보고 그것을 기억해서 집에서 가족들과 친구들한테 해주는 정도였어요. 당시에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님을 좋아해서 그분 영상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얻었는데 아마 살아계셨다면 제자로 받아달라고 찾아갔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윤주당 스튜디오에는 전통주 클래스와 함께 양조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 지인들이 망원역 근처에 ‘동네 정미소’라는 가게를 냈어요. 매일 도정한 쌀로 한식 한 상을 내놓는 곳이었는데, 요리도 배워본 적 없는 저에게 주방을 맡기더라고요. 거기서 직장인들을 위한 식사 메뉴부터 다양한 전골과 찌개를 만들면서 한식을 많이 공부하게 됐죠. 그러다 송명섭 막걸리, 해창 막걸리와 함께하는 반주 한 상을 개발하게 됐어요. 또 가게에 쌀이 많으니까 술도 직접 빚어 봤고요.”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목표 때문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소개하고 전통주와 요리를 곁들여 먹고 대화할 수 있는 ‘내 공간’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렇게 윤주당을 오픈해 직접 술은 술과 요리를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전통주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전통주 클래스도 함께 열었고요. 일 년에 한 600명 이상은 들으셨던 거 같아요. 그렇게 술도 요리도 점점 익혀 나갔죠. 다시 돌아보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온 것 같아요.”
현재 해방촌 윤주당은 윤나라 셰프의 전통주와 술을 즐길 수 있는 주막으로, 종로구 운니동에 자리한 윤주당 스튜디오는 양조장 겸 술 빚기 클래스를 진행하는 곳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술빚기 원데이 클래스부터 정기 클래스까지 전통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윤주당 스튜디오. 윤나라 셰프는 윤주당 스튜디오를 통해 전통주를 더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잔 술에 담긴 한국의 멋과 흥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선생님을 통해 수업을 들은 후에도 윤나라 셰프는 자신만의 술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소주, 탁주 등 다양한 방면의 무형문화재 술을 보유하고 계신 명인들을 직접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제 걸 만들면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서 수업을 들었어요. 제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서울 술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했고요. 박록담 선생님이 제게 술의 모든 걸 알려주신 부분이라면, 소주는 김택상 선생님, 약주는 권희자 선생님, 궁중 술은 향온주를 만드는 박현숙 선생님께 각각 배웠어요. 집집마다 김치가 다르듯 술을 빚고 맛을 내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술에 대한 마음을 키워갔죠.”
윤주당에 빚어내는 술은 누룩을 사용해 전통적인 기법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윤주당에서는 현재 세 가지 술을 직접 빚어 판매하고 있다. <흑백 요리사 시즌 2> 경연에서 사용하기도 했던 ‘윤주당 탁주 12도’는 찹쌀과 물, 누룩으로만 빚는 부의주 기법을 활용해 과실 향이 나 단독으로도 먹기 좋은 시그니처 술이다. ‘남산의 밤’은 과거 주막에서 많이 빚었던 ‘방문주’[술 빚는 재료에 따라 만드는 방법에 방법이 달라지는 술로, 전통주의 기본을 상징하는 술]를 모티브로 백설기로 밑술을 담그고, 단호박을 추가해 향과 산미의 조합을 살려 제철을 맞은 멸치무침이나 고기와 같이 먹기에 특히 좋다. ‘윤주당 탁주 17도’는 맵쌀로만 빚어내 이 중 가장 드라이한 술로 탕과 국물 요리 등과 잘 어우러진다.
윤주당에서 직접 빚고 판매하고 있는 전통주. 왼쪽부터 윤주당 탁주 17도, 윤주당 탁주 12도, 남산의 밤.
하나의 전통주를 만드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누룩을 만들어 기다리고 밑술을 빚고 기다리는 등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손이 많이 가는 지난한 작업이다. 그런 한편 사용하는 재료와 레시피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해서 손쉽게 완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쉽지 않은 작업이기도 하다.
“저는 요리를 회화, 술을 공예라고 표현하거든요. 요리는 눈에 바로 보이는 감각적인 부분이 있다면, 술은 표현 방법은 자유롭지만 하나의 기술을 체득하기 위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한 작업 같다고요. 그래서 술을 빚는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해요. 각 재료들의 조합, 양조 방법의 다양한 시도, 적절한 온도 등의 합을 서서히 맞춰 가는 것이죠.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죠.”
윤주당에서 빚은 술은 현재 해방촌 윤주당과 윤주당 스튜디오에서만 판매중이다. 최근에는 더 많은 대중에게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고자, 세븐일레븐과의 협업을 통해 ‘윤주막’ 막걸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통주는 사용하는 재료와 레시피를 안다고 해서 단번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재료의 비율, 자연에서 나는 부재료의 활용, 계절성, 적정 온도와 습도, 숙성 기간 등을 맞춰 가는 지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전통주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술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맛있는 술’에는 산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레몬을 좀 넣어봤고요. 시중에 판매하는 6도 도수 막걸리와 비교해 꾸덕한 질감에 당도가 느껴지면서도 꽃향과 산미를 고루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요리와 조화를 고려해서 모든 한식 메뉴와 잘 어울리도록 만들었어요.”
또한 윤나라 셰프는 지난해 <윤주당의 사계절 막걸리 레시피>를 출간하며 자신의 전통주 철학과 세계를 알리기도 했다.
<윤주당의 사계절 막걸리 레시피>는 사계절 독특한 매력을 가진 전통주 레시피를 기록한 책으로, 십 년 간 술을 빚은 윤나라 셰프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모아 놓은 참고서이자 아이디어 노트다.
“책을 쓰는 데 일 년 정도 걸린 거 같아요. 최근에는 해외 요청으로 전자책으로 출간하기도 했어요. 제가 십 년 동안 술을 빚으면서 했던 성공과 실패담을 모아 놓은 일종의 참고서이자 아이디어 노트라고 보시면 돼요. 술을 사랑하다 못해 저처럼 자급자족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이나 셰프님들께 추천하. 고조리서를 보면 한국 전통주에는 부재료가 굉장히 방대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 책은 지역의 제철 재료를 사용해 만든 제철 술 소개서로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전통주 입문자 뿐 아니라, 전통주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셰프를 위해 전통주를 소개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윤나라 셰프.
한국 전통 식문화의 가치와 스펙트럼을 넓히다
윤주당 요리는 전통주와 페어링을 기본으로 한다. 윤주당에서 직접 빚은 전통주 외에도 각 지역의 완성도 높은 술을 큐레이션 해 내놓는다. 곰팡이와 효모가 있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며 도수는 높지만 천천히 발효해 좋은 향이 느껴지고 효소제를 쓰지 않는 등 윤주당만의 철학으로 엄선한 술이다. 이렇게 선택한 전통주와 요리의 조화는 기본이고, 각각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조합을 고려해 메뉴를 내놓는다. 윤나라 셰프가 전통주와 요리 모두에서 쌓아온 깊이와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윤주당의 요리는 전통주와 페어링을 기본으로 메뉴가 구성돼 있다. ‘남산의 밤’은 고기 등 요리와 잘 어울린다.
“저는 술도 요리라고 생각해요. 결국 요리와 술의 조화가 가장 중요할텐데, 한국 전통주는 평범하지 않거든요. 맛도 정말 다양한 편이고요. 그래서 페어링 조합 역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산미 있는 술에 담백한 요리를 더할 수도 있고, 반대로 산미가 있는 술과 요리를 더하면 또 다른 맛이 나요. 흔히 ‘단 술과 어울리는 요리가 과연 있을까’라는 편견이 있는데요. 단 술은 매운 요리랑 조합해서 즐길 수 있어요. 이런 술도, 저런 술도 있는 거예요. 또 거기에 맞는 요리가 있죠.”
<흑백 요리사 시즌 2>에서 윤나라 셰프가 선보였던 전통주와 요리는 결국 자신만의 손맛과 정성을 다해 내놓은 한식의 정수였다. 전통주 양조인이자, 한식 셰프로서 한식에 대한 윤나라 셰프만의 가치와 철학이 묻어난다.
고즈넉하고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윤주당 브루어리 공간의 모습
“저는 한식이 배려와 사랑의 맛이라고 생각해요. 한식 파인 다이닝, 반가와 사찰 음식 등 요리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손이 많이 간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손이 많이 간다는 건 결국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고요. ‘약식동원(药食同源)’이란 말이 있듯, 과거에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약이 될 수 있고 술도 잘 먹으면 약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 요리를 하고 싶어요. 또한 한식은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잖아요. 원재료가 가진 맛, 지역마다 다른 방식의 조리법 등으로 요리의 깊이가 더해지죠. 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활용한 조리법도 많고요. 예를 들어 도토리묵을 생각하면 중국에서는 도토리를 먹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저는 이런 세세한 부분들이 아직도 궁금하고, 더 많은 걸 배워나가고 싶어요.”
윤주당은 ‘주모의 한상’을 이름으로 한 대표 메뉴 구성을 대접하고 있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부터 입맛을 돋우는 제철 채소로 만든 나물과 전, 수육과 찌개 등 꽉 채워진 한 상이 주는 만족스러움과 기승전결의 구성을 띈다. 계절에 따른 메뉴 구성의 변화가 있겠지만,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대표 메뉴와 <흑백 요리사 시즌 2>의 대표 메뉴들도 시즌에 따라 만날 수 있다.
전통주와 한식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드는 만큼 먹는 것만으로도 약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윤나라 셰프의 전통주와 요리에는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다.
“윤주당의 분식 한상은 누가 와서 먹어도 좋아하실만한 메뉴 조합이 특징이에요. 떡볶이, 감자전, 수육, 찌개, 황태국 등이 있고, 봄철에는 쭈꾸미 들기름 무침, 탕평채 묵, 수육, 무생채, 애호박 찌개 등 7~8개 정도 메뉴 구성을 생각했는데요.. 아마 매일 가장 맛있는 전통주와 요리를 조합한 메뉴가 될 거예요”
윤주당은 한국인만큼이나 외국인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다. 한국 전통주와 한식 자체에 관심을 두고 방문한 이들에게는 외국에서 보기 힘든 ‘탁주’, 술잔을 부딪쳐가며 함께 마시는 술자리 문화 등 윤주당에서의 경험은 한식 문화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들과 외국인의 입맛을 다르다고 구분해서 메뉴를 만들지 않아요. 윤주당을 찾는 분들 중에 밍글스에서 추천해 주셔서 오신 분도 있더라고요. 그만큼 한국 고유의 식문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갖고 방문해 주신 분들이니만큼 윤주당만의 요리와 술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한국인들만큼이나 외국인들에게도 사랑 받는 윤주당은 ‘탁주’ 등 전통주를 소개할 뿐 아니라 함께 술잔을 부딪혀 가며 마시는 문화 등으로 전통주와 한식 문화를 넓혀가고 있다.
새로운 출발점, 한계를 두지 않는 마음
윤나라 셰프는 <흑백 요리사 시즌 2> 이후 재충전의 시간을 거쳐 4월 윤주당을 다시 오픈했다. 오픈 직후부터 예약 마감과 함께 윤나라 셰프 표 전통주와 한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휴식기 끝에 지난 4월 윤주당의 문을 연 윤나라 셰프는 전통주와 요리 안에 자신의 미식 철학과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더 잘 해내고 싶어서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흑백 요리사 시즌 2> 이전에는 기존 한식 주점들과 비슷하게 단품 메뉴 위주로 판매했는데, 이제는 저만의 스타일로, 저만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생각했어요. 시그니처 요리도 소개하겠지만, 각 지역 전통주와 제철 요리를 페어링해서요. 이번 재오픈은 윤주당의 3기 같아요. 각 지역의 전통주를 소개하고 싶었던 마음이 1기였고, 방송 전까지 전통주와 한식 메뉴를 소개하며 운영해 왔던 게 2기였다면 이제 전통주와 요리라는 ‘한 상’ 안에 저를 담아보려고요.”
전통주를 빚고, 수업에 사용하는 재료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시간과 정성을 다하는 윤나라 셰프의 손길이 윤주당 스튜디오 곳곳에 스며 있다.
<흑백 요리사 시즌 2>는 전통주 양조인이자 한식 셰프로서 윤나라 셰프를 재조명했을 뿐 아니라, 윤나라 셰프의 미식 철학을 더욱더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함께 출연했던 셰프들을 직접 윤주당 클래스에 초대하는 등 전통주의 세계를 알리고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와니예 이준 셰프와 함께 홍콩 포핸즈 다이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가 좋아하는 전국 향토 음식과 로컬 푸드를 결합한 전통주 문화를 넓히고 싶다는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예요. 잊혀진 기술을 배우고 또 전하는 사람으로서 한계를 두지 않고 계속해서 배워 나가고 싶어요. 전통주가 다양한 음식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시도라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고요. 최근에는 멕시칸 푸드와 전통주의 페어링을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웠어요. 한식과 관련된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 저는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전통주와 요리에 대한 영감은 여행을 통해 찾기도 하지만, 도자기를 빚으며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한다. 이는 양조인과 셰프로서의 꿈을 떠나 윤나라 셰프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윤주당 스튜디오에 있는 그릇과 잔은 모두 제가 직접 만든 것들이에요. 손으로 빚거나 물레를 사용해서 하나씩 만들었는데요. 술을 빚거나 요리를 만들 때와 다른 뭔가를 창조하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서요. 신상호 작가님의 <무한 변주> 전시를 보고 왔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도자기를 빚으며 새로운 뭔가를 창조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윤나라 셰프. 윤주당 스튜디오에서는 그녀가 빚은 각양각색의 술잔을 만날 수 있다.
“창작자, 아티스트로서 목표는 지금처럼 재미를 잃지 않고 저만의 맛있는 요리와 술을 선보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해방촌 윤주당 공간이 크지 않아서,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술이 없어도 한식을 조금 더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어린이들도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만들 수 있길 바라요.”
한국 전통주는 꽃, 과일 등 부재료를 통해 다양한 맛의 깊이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부재료의 맛을 잘 담아내고 살리기 위해서는 잘 빚어낸 맑은 술이 필요하다. 윤나라 셰프의 전통주와 한식이 꼭 맑은 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하며, 전통의 맛과 풍미를 더해 선보일 윤나라 셰프의 ‘한 상’이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